[역사 속 오늘] 젤렌스키와 이승만, 리더의 책임감

입력 2022-03-15 00:0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의 침공 상황을 설명하는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우리는 모두 여기에 있다. 우리의 독립과 국가를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미국의 해외 대피 지원을 거절하며 한 연설이다. 이 연설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91%까지 치솟았다. 또 그가 SNS에 올린 수도 키이우 거리에서 찍은 셀카 동영상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코미디언 출신 초짜 대통령이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조롱을 받았던 그는 나라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여론을 뒤바꾸는 데 성공했다. 미국 타임지는 젤렌스키 대통령 특집 기사를 편성해 “찰리 채플린이 윈스턴 처칠로 변모한 것 같았다”고 호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중 죽는 게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나도 다른 이들과 같다. 자기 목숨이나 자녀의 목숨을 잃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잘못된 사람”이라면서도 “대통령에게는 그런 일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남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비되는 우리 역사속 인물이 있다. 바로 우리 역사 속 이승만 전 대통령과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하는 이승만 대통령. 국민일보DB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은 선제타격작전 계획에 따라 38도선 전 전선에 걸쳐 남침을 개시했다. 이튿날인 26일 아침 8시, 신성모 국방장관은 방송에서 “국군이 인민군을 물리치고 북진 중에 있다”는 담화를 발표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라디오를 통해 “우리 국군이 적을 물리치고 있으니 국민과 공무원은 정부 발표를 믿고 동요하지 말며, 대통령도 서울을 떠나지 않고 국민과 함께 서울을 지킬 것”이라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 대국민 담화를 담은 라디오 방송이 전파를 탔을 때 대통령은 이미 서울을 떠난 뒤였다. 27일 새벽 3시 이승만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서울을 탈출했다. 국군은 이어 인민군의 남하를 지연시키기 위해 28일 새벽 2시 한강대교를 폭파했다. 결국 당시 정부 방송을 믿고 피난을 가지 않았던 서울 시민들과 피난 짐을 꾸려 한강대교를 건너던 시민들 모두 전쟁의 첫 번째 피해자가 됐다.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015년 4월 28일 오전 이준석 선장이 광주고등법원 법정에 배석해 있다. 국민일보DB

선원법 10조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4년 4월의 세월호 참사, 그 배의 선장이었던 이준석은 침몰하는 배와 수많은 학생들을 배 안에 남겨 두고 ‘팬티바람’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사고가 나면 승객의 대피를 최우선으로 돕는 것은 선장의 의무다. 그러나 그는 배가 침몰하자 기관실에 연락해 승무원들의 대피를 지시하고 승객들에게는 ‘객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려라’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도록 했다. 그의 행동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우리 역사에서 큰 상처로 남게 됐다.

인턴 배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