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으로 30분 내에 자궁경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현재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 검사 후 질 확대경과 조직 검사를 거쳐 진단되기 때문에 여성들의 불편이 따르고 심적 부담도 크다.
향후 소변 진단법이 상용화되면 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자궁경부암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희대 의대 김도경 교수는 소변을 기반으로 한 자궁경부암 진단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 최신호에 발표됐다.
소변 기반 자궁경부암 진단은 2014년 영국 런던퀸메리대 연구진에 의해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후 2019년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하는 검사와 소변에 섞여 나오는 세포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검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소변 내 ‘시스테인(cysteine)’이란 물질을 선택적으로 검출해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체 내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시스테인은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다수의 암종에 들어있어 암 표지자(바이오마커)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티올(thiol)’이라는 화학 작용기를 포함한 시스테인은 자궁경부암에게 특이하게 많이 발현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티올 포함 시스테인과 반응해 형광색을 띠는 ‘형광 분자 프로브(Fluorescent Probe·형광 탐침)’를 개발했다. 형광 분자 프로브는 생체 내 분자나 단백질 거동, 질병 바이오마커 등을 추적하는 화학 분자 물질(소재)이다.
이어 1756명(자궁경부암 100명, 전립선암·신장암 등 다른 암종 1348명, 정상 308명)을 대상으로 새로 개발한 형광 분자 프로브를 이용해 유효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자궁경부암 환자 100명 가운데 90명의 소변에서 시스테인을 감지해 90%의 높은 검출율을 보였다. 또 자궁경부암 환자군에서 정상군 보다 5배 높은 형광 세기를 보였다. 다른 암종군에 비해서도 2~3배 증가했다.
김 교수는 “별도의 소변 시료 전처리 과정 없이 있는 그대로의 소량 소변으로도 효과적으로 자궁경부암을 진단할 수 있음을 확인해 연구의 임상학적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발 기술의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김 교수는 “이 진단법이 나이나 당뇨병 등 기저질환, 비만 등 다른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추가 연구를 통해 향후 진단법이 상용화될 경우 병원 등에서 자궁경부암의 조기 진단에 활용될 수 있으로 기대된다.
또 자가진단키트 형태로 상품화될 경우 생활 속에서 여성들이 소변을 이용해 간단히 자궁경부암 이상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