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도 강도 부실…총체적 인재로 드러난 아이파크 붕괴

입력 2022-03-14 11:35 수정 2022-03-14 13:27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사고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월 광주에서 발생했던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는 시공·감리 등 총체적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 방식이 설계와 다르게 무단으로 변경되는가 하면 콘크리트는 강도가 기준에 크게 미달했다.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전체적인 시공관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관리부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14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 201동 공사현장에서 39층(PIT) 바닥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완료 직후 PIT층 바닥이 붕괴하면서 시작됐다.

PIT층은 38층과 39층 사이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별도 공간을 뜻한다. 39층 하부에서 시작된 붕괴는 23층까지 진행됐고 이 사고로 현장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36~39층 동바리 조기 철거…대형 붕괴로 이어져

사조위는 사고 원인으로 크게 ▲시공·지지방식 임의 변경에 따른 가벽 설치로 인한 작업 하중 증가 ▲설비(PIT)층 하부 3개층 가설 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 ▲콘크리트 강도 부족 3가지를 꼽았다.

우선 당초 설계에서는 PIT층에 동바리를 설치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시공방식이 콘크리트 가벽 설치로 임의 변경됐다. 이에 따라 PIT층 바닥에 작용하는 하중이 예상보다 2.26배 높아졌다. 하중도 중앙부로 집중되면서 붕괴의 원인이 됐다.

사조위는 애초 설계대로 동바리를 설치했다면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붕괴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36~39개 층에 있어야 하는 동바리가 조기 철거된 것도 건물의 연속 붕괴를 유발했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시공 중인 고층 건물의 경우 최소 아래 3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해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받아줘야 한다. 하지만 동바리가 없어 연속적으로 아래층에 하중이 전달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동바리 제거가 이번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후속 공정이 진행된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경찰은 동바리가 조기 철거된 원인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청업체 측은 동바리 철거는 현대산업개발 지시에 의한 것이라 진술했으나 현대산업개발 측은 동바리 철거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콘크리트 강도, 허용 범위 절반에도 못 미쳐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에서 크게 미달했다. 사조위는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 강도를 시험한 결과 총 17개 층 가운데 15개 층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강도의 85%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37층 슬래브와 38층 벽 등은 기준 강도(24MPa) 허용범위인 85%(20.4MPa)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9MPa, 9.8MPa로 각각 조사됐다.

콘크리트의 강도 부족, 품질 불량으로 인해 철근의 부착 성능이 저하됐고 철근콘크리트가 정상적인 구조물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사조위 판단이다. 사조위는 콘크리트 제조 및 타설 단계에서 추가적으로 물을 타서 강도가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사조위는 “콘크리트 품질 저하의 원인으로 원재료 불량, 제조 및 타설 단계의 추가적 요인 등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아이파크 201동 공사 현장의 콘크리트 납품업체는 9개 업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어느 업체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파악이 필요할 것”이라며 “콘크리트 불량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구조설계를 변경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에 대한 검토 협조를 누락했고 감리단은 거푸집 설치, 콘크리트 타설 등 세부 공정을 제대로 검측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사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시공 품질 등과 같은 건설기준이 현장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공사 감리단의 공사중지 권한을 강화하는 등 독립적인 지위·업무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중한 처벌할 계획”

국토부 김영국 기술안전정책관은 “사조위 발표를 면밀히 검토해 제재를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3월 중에 발표할 것”이라며 “사고 재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중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을 제외한 다른 동은 안전한지 묻는 말에는 “안전진단은 201동뿐만 아니라 단지 전체에 대해 시행이 되고, 거기에 따라 이것을 보강할지 철거할지가 결정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