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우크라이나 출신 공격수 안드리 야르몰렌코가 시즌 첫 골을 성공시킨 뒤 러시아 침공으로 고통받는 조국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야르몰렌코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아스톤빌라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25분 선제골을 성공시켜 팀의 2대 1 승리에 기여했다.
야르몰렌코는 이날 약 20일 만에 복귀했다. 데이비드 모예스 웨스트햄 감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야르몰렌코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휴가를 부여했다. 그는 폴란드로 탈출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이달 소속팀에 복귀했다.
후반 25분 사이드 벤라마가 상대진영 왼쪽에서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찬 공을 야르몰렌코가 감각적으로 오른발 트래핑으로 떨군 뒤, 곧장 왼발 터닝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확인한 야르몰렌코는 관중석으로 향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허공으로 뻗는 세리머니를 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희생된 조국을 추모한 것이다. 이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떨궜다. 동료들은 그를 둘러싸며 어깨를 두드리고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야르몰렌코는 세리머니 이후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면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홈 팬뿐만 아니라 아스톤빌라 원정 팬들까지도 야르몰렌코에게 박수를 보내며 위로했다.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야르몰렌코는 “그저 가족과 지인들에 생각하고 피치 위에서 모든 걸 쏟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조국에서의 상황 때문에 너무 감정적이었다”며 “지금 상황에서 축구에 대해 생각하는 게 너무 어렵다. 매일같이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힘들었던 최근 시간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2월 26일 이후 4일간은 훈련이 불가능해서 쉴 수밖에 없었다”며 “(여전히) 100% 준비되지 않았다. 지난 두 주간 3~4번밖에 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료들과 팬들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매시간, 매일 나를 지지해주는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나와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지해주는 웨스트햄 팬들, 모든 영국인들에게도 감사하다. 우리를 향한 지지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