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경제는 ‘지옥문’… IMF 총재 “채무불이행도 가능성”

입력 2022-03-14 07:48 수정 2022-03-14 07:56

국제통화기금(IMF)이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현실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 경제 붕괴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국기업 자산 국유화, 비우호국 특허도용 허용 등 조처를 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오히려 러시아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채무불이행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라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접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서방의 대러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매우 혹독한 영향을 미쳤다”며 “러시아에서 극심한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또 “코로나19 경제 위기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이웃 국가들과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에 더 많이 의존하는 국가가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로 인해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은행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1200억 달러라면서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경제 제재의 여파가 오래돼 러시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의 러시아 퇴출 목소리가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서 애플, 비자, 맥도날드, 디즈니, 코카콜라 등 30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러시아에서의 사업의 일부 또는 전부를 중단했다.

에드워드 알든 미 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는 더 가난해지고, 기술적으로 뒤떨어져 시민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될 일”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응해 외국기업 자산 압류, 특허권과 상표권 도용 허용 등을 추진 중이다. 더힐은 “러시아는 이미 서방 기업들로부터 임대한 수백 대의 비행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며 “포드, 제너럴 모터스, 폭스바겐, 도요타 등이 소유한 자동차 공장과 엑손 모바일, BP 등이 소유한 수십억 달러 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를 양수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검찰이 지난주 맥도날드 등 기업에 (압류) 경고문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반시장적 조치가 오히려 러시아에 영구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투자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억만장자인 블라디미르 포타닌은 최근 성명에서 “이런 조치는 러시아를 10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세계적 불신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