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이준석식 정치’ 퇴출해야…이대남 전략 후폭풍”

입력 2022-03-14 05:15 수정 2022-03-14 09:55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왼쪽 사진)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중심의 대선 전략을 밀고 나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준석식 정치를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대선 전략은 철저히 실패했다. 그 오판의 바탕에는 그릇된 여론조사가 있는 듯하다”며 “적어도 여론조사는 더불어민주당의 것이 정확했다”고 적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없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은 옳지 않았다)”라며 “단일화의 효과에 대해 설이 구구하나, 적어도 이들(안 대표 지지자)의 표 없이는 이길 수 없었으리라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혐오 갈라치기 전술은 본인의 변명과 달리 철저히 실패했다”며 “20대 남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몰아준 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20대 여성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또 하나 고려할 점은 지난 선거 때 같은 연령대에서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보다 10%가량 높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호남에서의 부진(도 마찬가지다). 사실 호남에 공을 들인 것은 평가해줘야 한다”며 “다만 일시적인 여론조사에 도취해 30% 운운하다 보니 과거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공적의 빛이 바랜 것이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이재명이 TK에서 가져간 표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문제는 이 전술이 윤석열 정권에 두고두고 부담될 거라는 것이다. 선거 캠페인에서 노골적인 반여성 행보를 보이는 바람에 외신에선 그를 이미 ‘안티페미니스트’ ‘여성혐오자’라 부르기 시작했다. 국제망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SNS에서는 1번남, 2번남 운운하며 젠더 갈라치기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면서 “여성가족부 폐지가 아마 첫 전장이 될 것이다. 이 사안을 자칫 잘못 다뤘다가는 곧바로 고립될 것이다. 그럼 바로 식물정권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아무튼 출구전략을 잘 짜야 할 텐데, 이 대표는 정치생명이 걸린 일이라 자신의 오판을 인정할 수 없는 처지”라며 “이 대표는 모르겠는데, ‘이준석식 정치’는 이제 퇴출당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무리 정치판이 더러워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는 게 있다”며 “분노는 남성만의 특권이 아니다. 여성도 분노할 줄 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조직’할 줄도 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준석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0.73% 포인트 차이의 ‘초박빙’ 구도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내세운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선거 전략이 역풍을 맞았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라며 이런 주장에 반박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