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이른바 ‘대리모’가 낳은 신생아들이 친부모를 찾지 못한 채 지하 방공호에 갇혀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대리모 출산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나라로 꼽힌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한 아파트 지하에 신생아 19명이 누워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들의 친부모는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지에 있다고 한다.
아이의 시민권은 아직 불명확하다. 우크라이나 법에 따르면 신생아의 국적을 확인하려면 친부모가 출석해야 하는데 전쟁으로 출입국이 막혔기 때문이다.
전쟁통에 언제, 어떻게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을지도 문제다. 해외에 있는 친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데려갈지도 불투명하다.
이달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키이우 여행을 계획했던 미국인 아일린 코넬은 WSJ에 “제 아들을 어떻게 데려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넬의 대리 출산을 맡은 우크라이나 안나는 2주 전 출산을 준비하고 있었고 “정말로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일부 대리모 대행업체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대리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안나가 소속된 대행업체는 최근 소속 대리모들을 몰도바로 대피시키기로 했다. 보통은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지만 피란 인파가 몰려 19시간이 걸리는 먼 길을 나서야 한다.
대리 출산을 돕는 호주의 비영리 단체 그로잉 패밀리스는 대리모 출산아를 해외로 데려가기 위해 민간 보안업체를 알아보기도 했다.
이 단체의 설립자 샘 에버링엄은 “아기나 대리모를 대피시켜 달라는 요청이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약 800쌍이 우크라이나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대리모 기관인 바이오텍스컴 측은 이런 아기의 숫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지하 어린이집에서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다행히 이곳은 깨끗하고 햇빛도 잘 들어오는 곳으로, 아이들은 유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정기적으로 의사의 검진도 받는다고 이 기관은 전했다.
유모인 야셴코씨는 “이건 악몽일 뿐이고 깨고 싶다”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하실에서 아기들과 함께 있겠다고 NYT에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