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무고죄를 두고 직장 내 약자들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13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프로야구 지원 관련 업무를 하는 계약직 A씨는 2020년 노동청에 직장 내 성희롱, 임금체불, 부당휴직 등으로 진정을 냈다. 노동청은 A씨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이 인정된다며 사측에 ‘권고’를 내렸다. 이후 사측은 A씨를 복직시켰지만 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계약을 해지했다. 사측은 당시 A씨가 성희롱을 문제 삼자 휴직을 강요하며 월급의 70%만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무고죄로 반격했다. 노동청에서 인정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무고 혐의를 물어 경찰에 고소했고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으로도 고소했다. 경찰은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A씨는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단체는 “무고죄가 ‘악마의 칼’이 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신고를 이유로 부당대우를 하면 처벌토록 하지만 무고죄·업무방해죄 고소나 손해배상청구 등의 보복 소송까지 막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B씨도 무고죄 고소 탓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입사 후 첫 회식 자리에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상사는 “룸살롱 직원을 뽑으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예뻐서 뽑았다”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B씨는 성희롱 사실을 대표이사에게 신고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해고됐다. 경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사측은 무고죄로 B씨를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무고죄는 인정받지 못했다.
이밖에도 이 단체에 접수된 민원 중에는 경찰에 고소하자 직원에게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대표도 있었다. 이 제보자는 “진정어린 사과를 원했는데 일말의 양심도 없이 도리어 법을 무기로 괴롭혔다”고 호소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노동현장에서 무고죄 고소나 보복소송은 승소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을 괴롭힐 목적으로 제기돼 위축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에 대해 “여성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