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 등락에 개미는 멀미… “물릴까 추매 못해”

입력 2022-03-14 06:00

본격적인 약세장에 접어든 금융시장이 하루에도 2% 넘게 등락을 거듭하며 극도로 출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물가 폭등 같은 외부 충격에 변동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도 기다리고 있다. 롤러코스터 장세에 추가 매수와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속어)로 대응하던 개미들의 매수세는 점차 감소 중이다. 코스피 내 외국인 비중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하루 평균 1.58% 등락률을 기록하며 2600선에서 혼조세다. 롤러코스터 장세는 지난달부터 이어졌다. 코스피는 지난달 25일부터 연달아 4거래일 급등(3.7%), 이후 3거래일 급락(4.5%)한 뒤 지난 10일에는 2.21%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미국 기술주를 담은 나스닥종합지수의 이번 달 등락률은 1.89%로 매우 큰 변동성을 보였다.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 5일간 3만8000달러에서 4만2000달러대 사이를 오가며 급등락했다. 원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은 1230원대를 넘어 폭등 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충격파가 예상보다 커진 것이 변동성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과 장기화·확전 가능성이 금리 인상으로 위축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은 또 다른 위험 요소다. 반대로 양국의 협상 진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소식은 주가지수 급등 요인으로 작용한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물가도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일 년 전보다 7.9% 오르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30달러를 돌파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이후 하루 만에 12.1% 급락하는 등 혼전 양상이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미국 연준은 이번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3년 만의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코인 시장은 디지털 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강조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 들썩이고 있다.

국내 증시를 뒷받침하던 동학개미들의 매수세는 약발을 다해가고 있다. 주식 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63조4200억원으로 지난 1월(70조3400억원)보다 9.8% 줄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 “제대로 물릴까 겁나서 매수할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외국인의 유례없는 매도 행렬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2091조원 가운데 외국인 보유량은 666조원(31.86%)에 불과했다. 2016년 2월 11일 기록한 31.77%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