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전방위 압박과 설득에도 러시아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양측이 ‘평행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프랑스 정상과의 전화회담에서도 종전이나 휴전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방안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간 3자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프랑스 대통령실(엘리제궁)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중단할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떠넘겼다는 게 엘리제궁 설명이다. 엘리제궁은 “그는 (침공의) 목표를 달성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라고 줄곧 요구해왔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75분간 통화하는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즉각 휴전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독일·프랑스 정상에게 휴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국제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설명했다고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 주재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이 최후통첩을 교환하기보다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예루살렘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이스라엘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현재 협상 장소인 벨라루스에 대해 “이들은 우리가 종전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나는 이스라엘, 특히 예루살렘이 그런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기술적 만남 아니라 정상 간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런 생각을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익명의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이 제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기회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는 최근 점령한 헤르손을 독립 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 투표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 주의회의 세르게이 홀란 부의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점령자들이 헤르손을 인민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한 주민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는 헤르손 내 친러 반군조직이 지배하는 괴뢰정권을 만들어 동부 돈바스 지역처럼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분리운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