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팀 꾸린 인부 사망사고…법원 “업무상 재해 아냐”

입력 2022-03-13 13:24 수정 2022-03-13 13:25

공사 현장에서 독자적으로 팀을 꾸려 작업하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독자적으로 팀을 꾸려 작업한 경우엔 근로자보다 독립된 사업자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당시 재판장 이종환)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유족이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인천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형틀작업을 담당하던 A씨는 2018년 3월 공사장 용접 작업 중 발생한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당시 A씨는 시공사의 하도급 업체인 B사로부터 돈을 받고 있었다. 유족, 실제 장의비를 부담한 시공사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각각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들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들은 “A씨가 형틀작업과 관련해 B사의 구체적 업무지시와 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소속 근로자임을 전제해 B사가 급여에서 고용보험료 및 각종 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했다는 근거도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독립된 사업자라고 판단했다. 전문성을 갖춘 A씨가 인력 수급과 개별 근로자의 노임·업무수행방법 등에 대한 독자적 결정권을 갖고 작업을 진행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재판부는 “망인이 B사로부터 팀 전체 노무비를 받고, 개별 근로자와 협상한 노임을 직접 지급했다”며 “A씨는 근로자가 아니라 형틀 노무작업을 도급받아 수행한 사업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여러 공사 현장에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했고 상당한 규모의 독자적 팀을 구성해 작업을 수행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사가 A씨로부터 소득세 등만을 원천징수하고 고용보험료만 납부했을 뿐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등을 납부하지 않았다”며 “A씨가 사망했을 때도 형틀작업 노무비만 지급했을 뿐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