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수위, 점령군처럼 보여선 안 돼”…전 인수위원장들 조언

입력 2022-03-13 10:25 수정 2022-03-13 11:07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윤석열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곧 출범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전 인수위 활동에서 나타난 폐해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역대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한목소리로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비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13일 조언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지난해 2월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국회국민통합위원회 위촉식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02년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 위원장을 맡았던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인수위의 본연의 업무는 정부 인수인계”라며 “점령군처럼 비춰지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2007년 이명박 당선인 인수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윤 당선인은 1% 포인트 미만의 격차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 힘들게 당선된 것”이라며 “낮고 겸허한 자세로 정권 인수인계 절차에 나서야지, 기존 정부부처에 대해 점령군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장이던 2020년 3월 국회에서 대구 경북 지역 공천 후보자 면접으로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특히 김 전 의장은 “정부 인수인계는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들에게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장 찬 점령군’ 행세를 했다가는 공직사회의 원활한 협조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수위가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권 창출 공신’ 간 알력 다툼이 인수위 내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 전 의장은 “(인수위 인사들이) 인수위를 권력 경쟁의 전초기지로 생각하면 ‘문제가 많은 인수위’가 되는 것이며, 인수위를 대하는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대선 경선 및 본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던 인사들을 인수위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익은 정책 발표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책 발표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전 의장은 “새 정부에 이목과 기대감이 쏠리기 때문에 인수위는 ‘새로운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준비도 되지 않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의장은 “인수위가 대통령 취임식(5월 10일) 전까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두 달이 채 안 된다”면서 “너무 많은 일을 벌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위는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들을 어떻게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을 연구해 새 정부에 넘기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당선인 공약 중 옥석을 가리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전 의장도 “몇 안 되는 인수위 인원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며 “큰 틀에서 인수위 업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간 격의 없는 소통도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당선인은 아는데, 인수위원장은 모르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성공적인 인수위가 되기 위해서는 당선인과 인수위원장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만나야 하고, 정책 논의도 두 사람이 함께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