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곧 출범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전 인수위 활동에서 나타난 폐해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역대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한목소리로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비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13일 조언했다.
2002년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 위원장을 맡았던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인수위의 본연의 업무는 정부 인수인계”라며 “점령군처럼 비춰지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2007년 이명박 당선인 인수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윤 당선인은 1% 포인트 미만의 격차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 힘들게 당선된 것”이라며 “낮고 겸허한 자세로 정권 인수인계 절차에 나서야지, 기존 정부부처에 대해 점령군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의장은 “정부 인수인계는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들에게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장 찬 점령군’ 행세를 했다가는 공직사회의 원활한 협조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수위가 권력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권 창출 공신’ 간 알력 다툼이 인수위 내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 전 의장은 “(인수위 인사들이) 인수위를 권력 경쟁의 전초기지로 생각하면 ‘문제가 많은 인수위’가 되는 것이며, 인수위를 대하는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대선 경선 및 본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던 인사들을 인수위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익은 정책 발표로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책 발표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전 의장은 “새 정부에 이목과 기대감이 쏠리기 때문에 인수위는 ‘새로운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준비도 되지 않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의장은 “인수위가 대통령 취임식(5월 10일) 전까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두 달이 채 안 된다”면서 “너무 많은 일을 벌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위는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들을 어떻게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을 연구해 새 정부에 넘기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당선인 공약 중 옥석을 가리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전 의장도 “몇 안 되는 인수위 인원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며 “큰 틀에서 인수위 업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간 격의 없는 소통도 주문했다.
김 전 의장은 “당선인은 아는데, 인수위원장은 모르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며 “성공적인 인수위가 되기 위해서는 당선인과 인수위원장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만나야 하고, 정책 논의도 두 사람이 함께 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