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울진 산불, 213시간만에 주불 진화”…역대 최장

입력 2022-03-13 09:20 수정 2022-03-13 10:24
11일 오후 공중진화대원이 경북 울진 산불을 진압하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지난 4일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이 무려 213시간 만에 주불이 잡히면서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됐다. 다만 피해 구역이 워낙 넓어 남은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시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13일 오전 9시 현장지휘본부 브리핑에서 “울진 산불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총 9일간 진행된 울진 산불은 울진지역 4개 읍면과 강원 삼척지역 2개 읍면이 잠정 피해지역으로 확인됐다”며 “총 진화 소요시간은 213시간이 경과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산불 발생 초기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울진 한울원전, 강원 LNG 가스기지 등 국가시설과 인구밀집지로 빠르게 불이 확산되면서 시설물과 민가 보호에 우선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최 청장은 “산림 피해는 많이 커졌지만 한울원전, 삼척 LNG 가스기지 등 국가기간시설과 불영사, 금강송 군락지 등을 아무런 피해 없이 지킬 수 있었고 다행히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12일 오후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덕풍계곡에 산불로 인한 연기가 자욱한 모습. 삼척시 제공

당국은 산불 발생 초기 초속 20m가 넘는 강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의 짙은 연무와 연기로 인해 헬기 진화에도 차질을 빚었다.

최 청장은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와 이어지는 삼척 응봉산 자락은 해발 고도가 높고 절벽지와 급경사지로 이뤄져 인력 접근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주로 헬기에만 의존해야 했다는 게 진화의 어려운 점이었다”고 말했다.

주불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산림 당국은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청장은 “오늘 내리는 비가 잔불을 꺼주면 좋겠지만 비가 적게 내릴 것에 대비해 헬기 20대, 야간 열화상 드론 6대를 대기시키고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며 “이 시간부터 정부는 진화대응단계를 수습·복구 단계로 전환해 피해 조사와 피해 지역 주민의 조기 생활안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 일원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2만923㏊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주택 319채, 농축산시설 139곳, 공장과 창고 154곳, 종교시설 등 31곳 등 총 643곳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337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종전 최장 산불은 2000년 4월 7일부터 15일까지 8박9일 동안 탔던 동해안 산불로 191시간 만에 진화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