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가 158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어린이 사상자도 96명에 달한다. 특히 병원에 대한 공격이 최소 9건 확인됐다. 러시아군은 군사 시설만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민간인 피해를 키우는 무차별 공격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은 12일(현지시간) “지난달 24일 이후 민간인 사망자 579명, 부상자 1002명을 기록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42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어린이 부상자는 54명이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상자 대부분은 정밀성이 떨어지는 무차별 공격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보고서를 통해 “민간인 사상자 대부분은 중포 및 다연장로켓 시스템 포격, 미사일 공습 등 충격 범위가 넓은 폭발성 무기 사용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유엔 인권사무국은 “실제 민간인 사상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리아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어린이 79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모든 사상자를 조사해 각 전범을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SNS에 올라온 500개 이상의 비디오와 사진을 조사하고, 목격자와 병원 직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러시아의 공격으로 피해를 당한 병원이 9곳이며, 최소 3건의 공격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 공격을 받은 병원 3곳은 여성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설이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제이슨 스트라지우소 대변인은 “병원과 의료 시설은 국제인도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9일 “러시아군이 구형 재래식 ‘멍텅구리 폭탄’(dumb bomb)을 사용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며 “미국은 민간 기반 시설과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피해 증가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멍텅구리 폭탄은 목표물을 추적하는 유도 기능이 없어 오폭 위험이 크다.
이 관계자는 “멍텅구리 폭탄 사용이 의도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특정 목표물을 명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간 피해는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타임지는 “정밀 유도 무기가 부족하거나, 민간인 피해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전쟁 확대를 대비해 정밀 유도 무기를 아껴두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미 국방 정보국장인 스콧 베리어 중장도 최근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정밀추적 무기’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