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르포]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겠다

입력 2022-03-12 18:43
60대 여성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위 손녀와 함께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주(州) 시레트 국경을 넘어왔다. 여성의 딸이 러시아 폭격으로 사망하면서 사위가 아이 양육을 위해 함께 왔다.

국경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눈물을 터뜨렸다. 국경을 넘지 못하는 젊은 남성이 동행한 이유를 묻자 그녀는 “우리 딸의 남편”이라며 “딸은 이번 폭격으로 사망했고 정부는 남겨진 아이를 위해 60세 이하 남성이라도 국경 통과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위 손녀와 함께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주(州) 시레트 국경을 걸어서 넘어왔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18세 이상, 60세 이하 남성은 국경을 나가지 못하게 했다. 다만 예외 사항을 뒀다. 러시아 공격을 받아 자녀를 양육할 사람이 남성 밖에 없거나 장애‧질병이 있는 경우, 자녀 셋 이상이 있는 남성 등이다.

사위인 이 남성은 “장모님과 딸이 거처를 정하면 (나는) 다시 돌아간다. 우크라이나를 위해서”라는 말만 남기고 서둘러 봉고차를 타고 떠났다.

힘겹게 국경을 넘어 온 사람도, 우크라이나에 남은 사람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본다렌코 비파(45)씨는 시레트 국경 근처 수체아바주 둠브러넨니시 둠브러넨니체육관에 마련된 피난민 캠프에 이날까지 나흘 째 있었다. 대부분 하루 정도 묵고 폴란드로 가거나 다른 거처를 정해 떠나는 것과 달랐다.

시레트 국경 근처 수체아바주 둠브러넨니시 둠브러넨니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본다렌코 비파(45)씨는 10일(현지시간) 고향인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며 별도의 거처를 정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중부 체르카시주 도시인 우만에 살던 그녀는 여동생 딸 손자와 함께 국경을 넘었다. 남편과 사위는 그대로 남았다.
비파씨는 “집 학교 유치원 병원 등 모든 곳을 부숴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빨리 돌아가기를 희망하며 새로운 거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안전하지만 두고 온 남편과 사위가 그렇지 못해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이어 “국가가 국경을 건너지 못해 남은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위해 남았다”면서 “남성들은 스스로 민병대에 자원 입대하고 있다. 나도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은데 그렇지 않으면 이 캠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체아바(루마니아)=글 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