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연구진 “애완용 햄스터, 사람에게 코로나 옮겨”

입력 2022-03-12 16:40
게티이미지뱅크

애완용 햄스터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대와 홍콩 정부 어업농업서는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난 1월 홍콩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 델타 변이 감염 원인은 애완용 가게에 있던 시리아 햄스터(골든 햄스터)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지난 1월 홍콩 도심 코즈웨이베이의 한 애완동물 가게의 수입 햄스터에서 채취한 샘플 11개에서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당시 가게의 직원과 손님은 물론 감염된 손님의 가족이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었다.

연구진은 샘플로 확보한 가게의 햄스터 28마리 중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감염 징후를 보였으며, 유전자 서열 분석 결과 햄스터들은 작년 10월 중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햄스터가 일차적으로 사람에게 옮긴 바이러스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홍콩 내 델타 변이 확산이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그간 인간에게서 다른 동물로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는 많았지만,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사례는 양식 밍크 외에 발견된 적이 없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애완동물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판례원 홍콩대 교수는 “이는 주목할 만한 공공보건 문제”라며 “애완용 시리아 햄스터가 코로나19의 또 다른 숙주가 될 수 있으며, 햄스터 간의 전파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면서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겨 백신의 보호 작용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홍콩 정부는 지난 1월 애완용 햄스터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확인한 뒤 도시 전역에서 애완용 햄스터를 수거해 살처분했다. 해당 조처에 대해 동물보호단체와 반려동물 주인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당국은 결국 약 2000마리의 햄스터를 모두 살처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