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 퍼진 ‘이근 전사설’…괴문건 실제 번역해보니

입력 2022-03-12 15:32 수정 2022-03-12 15:39
지난 7일 이근 대위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주장하며 올린 사진. 이근 인스타그램 캡처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며 출국한 해군특수전전단 출신 이근 예비역 대위가 전사했다는 루머가 현지어로 적힌 정체불명의 문건과 함께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다. 하지만 근거로 제시된 문건의 신빙성이 떨어져 이는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하던 한국인 3명이 사망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우크라이나어 원문과 아래 한글 번역이 결합된 문서가 공개됐다. 한글 번역본에는 “키이우 15㎞ 인근에서 특수 작전을 진행 중이던 한국인 3명이 전사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한국인의 신원은 한국해군투수전부대 전역자로 알려진 이모 대위와 그의 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온라인에서 돌고 있는 '이근 사망설' 게시물. 노란색으로 표시된 단어 ‘тітка’는 부모의 자매를 일컫는 '숙모∙이모'라는 뜻이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이 게시물을 직접 번역해보니 해당 문건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져,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크라이나어 원문을 번역하면, 한글 번역본의 ‘이모 대위’로 표기된 대목이 ‘Капітан(대위) тітка'로 표기된다. 하지만 ‘тітка’라는 단어는 한국어로 부모의 자매를 일컫는 ‘숙모·이모’라는 뜻이다.

이는 한국어 ‘이모(某) 대위’를 자동 번역기에 넣고 돌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추정된다.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기 위해 한국어로 먼저 내용을 작성한 뒤 번역기를 통해 우크라이나어로 번역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도 별다른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해당 정보가 허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