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피난민이 폴란드로 가는 이유

입력 2022-03-12 13:28 수정 2022-03-12 16:28
우크라이나 탈출 난민 <자료 : UNHCR>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난민 수는 국내외를 합쳐 450만여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국외로 대피한) 난민 수가 비극적이게도 오늘 250만 명에 도달했다”며 “우크라이나 내에서 발생한 난민 수도 약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UNHCR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별 난민수를 제공했다. 폴란드가 11일 현재 152만4900명이었다면 루마니아는 8일 기준 8만4671명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피난민 구호에 나선 루마니아 사람들은 UNHCR와 다른 수치를 제시했다.

루마니아 북동부 수체아바주(州) 둠브러넨니시 둠브러넨니체육관에서 난민캠프를 운영 중인 베델교회 다니엘 야콥 팀장은 “루마니아 국경을 넘은 피난민 수는 5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국가별 우크라이나 탈출 난민(단위 : 명) <자료 : UNHCR>

이처럼 숫자에 큰 차이가 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제 NGO인 굿네이버스 제네바국제협력사무소 성하은 대표는 “UNHCR은 피난민이 국경을 넘어 해당 국가에 정착한 사람에 대한 통계를 발표한다”며 “루마니아나 몰도바 국경을 넘어 온 피난민 중엔 다른 유럽 국가로 간 사람이 많은데 UNHCR은 그 숫자를 국가별 난민수에 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체아바주 시레트 국경에서 만난 대다수 피난민들도 루마니아가 아닌 다른 나라로 이동할 계획을 전했다.

유모차를 끌고 사흘이 걸려 시레트에 도착한 옥사나(32) 씨는 “남편은 국경을 넘을 수 없어 딸과 나만 왔다. 남동생이 있는 폴란드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리나(59)씨는 “독일에서 사위가 차를 가지고 오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가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수도인 부카레스트까지 가 그곳에서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터키 정부는 피난민들이 자국까지 편하게 올 수 있도록 아예 터키행 직행버스를 시레트 국경에서 운영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체아바주 시레트 국경에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싣고 수도인 부카레스트로 향하는 버스가 서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폴란드와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를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제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러시아 침공 전부터 높은 임금을 주는 풍부한 일자리를 찾아 폴란드로 떠났고 이는 피난민들의 연고지가 됐다. 여기에 현재 상황이 장기화되면 경제 활동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서유럽도 같은 이유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폴란드는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뒤 활발한 외국인 투자 유치와 안정적인 경제 운영으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개방 직후부터 2007년까지 무려 177%나 성장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안정적인 국가재정 운영은 물론 저렴한 인건비, 서유럽 시장과의 근접성 덕에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산업구조도 변화됐다. 전통적 농업국가에서 공산 정권하에선 기계, 중화학 공업 등으로 산업 기반을 구축했고 현재는 서비스업이 전체 산업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갖게 됐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는 농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코트라는 농업이 우크라이나 GDP의 10%를 차지하며 전체 수출 대비 농업 비중은 45%에 달한다고 했다.

국내총생산(GDP) 순위도 폴란드는 세계 21위, 우크라이나는 53위다.
루마니아는 주요 산업이 자동차 IT와 농업 광물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지만 GDP 순위는 두 나라 사이인 44위다.

피난민들을 수도 부카레슈티로 가는 버스로 안내한 소방청 소속 빅토르 포페스쿠씨는 “수시로 버스가 운행되는데 늘 만석”이라고 했다. 이날도 버스는 꽉 찬 채 출발했다.

수체아바(루마니아)=글 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