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무력도발 태세에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북한에 유화적인 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권과 달리 ‘초강경파’ 정부가 집권을 앞두며 다급해진 북한이 ‘대통령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가장 특징적인 위협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지난 11일 오전 한미 군 당국은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계기에 최초 공개된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돼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은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해당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로켓 관련 시험시설들을 개건·확장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대형 운반로켓을 발사하기 위해 발사장 구역과 로켓 총조립 등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장에서도 도발 징후가 포착됐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최근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여기에 더해 2018년 5월 폭파했던 일부 갱도도 복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발표한 핵실험·ICBM 발사 재개 정책을 행동에 옮기는 모습이다.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시설도 철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지속적으로 금강산 시설 철거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실행에 나선 적은 없었다. 그러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권을 거머쥔 시점에서 갑자기 철거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보수정권이 다시 대권을 잡은 것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뒤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대립기다. 윤 당선인이 오는 5월 취임하기 전 전방위적인 무력도발을 강행해 기세를 꺾어놓는, 이른바 ‘대통령 길들이기’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실질적인 시위 대상이 우리나라 정부가 아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라는 의견도 있다. 무력도발로 북한의 몸값을 높여 향후 윤 당선인의 취임 이후 있을 3자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한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 번에 ICBM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도발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다”며 “이는 지금 ‘당장’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압박해 자신들의 손을 잡아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