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짜”라던 마리우폴 산모…폭격 이틀만에 딸 출산

입력 2022-03-12 06:32
마리우폴 폭격 당시 산부인과 병원을 탈출해 아이를 출산한 산모.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산부인과 폭격 당시 부상한 채 병원을 빠져나왔던 임산부가 무사히 여자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한 산부인과에서 마리아나 비셰기르스카야라는 산모가 출산한 직후의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이 산모는 러시아가 마리우폴 폭격 자체를 부인하면서 ‘가짜 임산부’라고 주장한 여성이다.

첫 번째 사진은 비셰기르스카야가 지친 표정으로 아이와 함께 병원 침대에 누운 모습이, 두 번째 사진에는 비셰기르스카야의 남편이 갓 태어난 딸 베로니카를 품에 안은 모습이 담겼다.

마리우폴 폭격 당시 산부인과 병원을 탈출해 아이를 출산한 산모. AP연합뉴스

비셰기르스카야는 지난 9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했을 당시 만삭의 몸으로 얼굴에 상처를 입은 채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전 세계인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냈다.

러시아가 신생아와 산모가 있는 산부인과 병원까지 폭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미국 백악관과 영국 총리, 바티칸은 각각 ‘야만적’(Barbaric) ‘타락한’(Depraved) ‘받아들일 수 없는’(Unacceptable) 등의 표현을 사용해 러시아를 비판했다.

비셰기르스카야가 가짜 산모라고 주장한 주영 러시아대사관의 트윗. 트위터 캡처

러시아는 그러나 마리우폴 폭격 자체를 부인하면서 서방 언론의 보도 사진은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영국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트위터에서 비셰기르스카야의 사진을 두고 “정말 사실처럼 분장했다. 이 여성은 뷰티 블로그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트위터는 주영국 러시아대사관의 게시물이 폭력적 사건을 부인하는 것을 금지한 콘텐츠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