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방 압력에 놀란 월스트리트 [3분 미국주식]

입력 2022-03-11 19:51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더가 시세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 증권시장이 하루 만에 다시 얼어붙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12.18포인트(0.34%) 내린 3만3173.07에 거래를 종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36포인트(0.43%) 하락한 4259.52에, 나스닥지수는 125.59포인트(0.95%) 내린 1만3129.96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의 하락장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 공포가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세계 증시를 강타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 소비자 물가 폭등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보다 0.8%, 전년 대비로는 7.9% 올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 예상치를 각각 0.1%포인트씩 웃도는 수준이다.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이 7.9%를 기록한 것은 8.3% 올랐던 1982년 1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다. 변동성이 큰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달 대비 0.5% 상승해 시장의 예상치에 들어맞았다. 전년 대비로는 6.4% 상승했다.

3월 CPI는 8%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2월 CPI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던 2월 24일부터 5일분의 에너지 가격 급등만 반영된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 조짐에 접어든 만큼 3월 물가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계속되는 물가상승 압력 속에 국제유가는 등락을 오가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배럴당 106달러 수준에서 거래를 끝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는 유가, 곡물, 금속 가격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아마존 [AMZN]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주식분할과 자사주 매입 결정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아마존은 나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150.77달러(5.41%) 뛴 2965.35에 마감했다. 전날 장 마감 후 이사회에서 주식분할과 자사주 매입을 의결했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아마존은 20대 1로 주식분할하고 100억달러(약 12조28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분할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아마존 주가는 2965.35달러에서 148.27달러가 된다. 주주는 1주당 19주를 추가로 받는다. 주식분할된 아마존 거래는 오는 6월 6일 시작한다. 아마존이 주식분할에 나서면서 다우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마존의 이번 주식분할은 아마존이 1997년 상장한 후 네 번째다. 앞서 1998년 6월, 1999년 1월, 1999년 9월에 세 차례 주식분할 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주권에 액면가가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액면분할이 아니라 주식분할이라는 용어를 쓴다.

주식분할은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기술업체들의 주식분할이 주가 급등으로 이어진 선례가 있었다. 분할을 통해 주당 가격이 내려가면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져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과 테슬라는 2020년 진행한 주식분할이 주가 급등의 발판이 됐다. 아마존이 보인 이날의 주가 상승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지난달 20대 1 주식분할을 발표했다.

3. 제이디닷컴 ADR [JD]

중국 제2위 전자상거래업체 제이디닷컴은 전날보다 15.83%(9.88달러) 급락한 52.52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급락세를 보였다. 제이디닷컴은 전날 지난해 4분기 매출액 2759억위안, 순이익 36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23%, 49%씩 증가한 수치다. 가전·전자제품 부문 매출이 같은 기간 22% 늘어나며 실적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은 2.21달러로, 이 역시 월가 예상치 1.83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예상보다 탄탄한 실적, 전망치를 상회하는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과매도 형성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에서 “규제 당국에 의한 양자택일 정책 철회 이후 알리바바의 커머스 부문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높은 매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눈높이가 높아진 시장은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 둔화 우려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상승 추세는 계속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의견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