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유독 자주 들르게 되는 곳이 약국입니다. 마스크부터 해열제, 자가검진키트를 사기 위해 수시로 약국을 찾곤 하죠. 최근에는 재택치료자가 많아지면서 감기약 수요가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약국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코로나19 상비약 세트’를 구입한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의약품도 사용기한이 있습니다. 약의 사용기한은 먹어서 안전한 것과 별개로 약의 효능이 유지되는 기간을 뜻하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그럼 언제 샀는지 알 수 없는 약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일반쓰레기로 그냥 버려도 될까요? 건강관리만큼이나 중요한 의약품 관리, [에코노트]가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남은 약 종량제봉투·하수구에? “토양·하수에 잔류”
폐의약품은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분류합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전용 수거함에 모아서 수거해 곧바로 소각해야 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0년 국민 1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가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린다’고 답했습니다. 폐의약품을 ‘약국이나 보건소에 배출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6%에 불과했죠.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거나 하수구에 흘려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토양과 하천에 약 성분이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이런 성분들은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식수를 통해 우리 몸에 다시 흡수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9년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낙동강 중류 미량화학물질 조사에서 의약물질 31종이 검출됐습니다. 다행히 국내외 수질 기준을 벗어난 물질은 없었지만 자연환경에 의약 성분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주죠. 2016년에는 의약품 제조업체가 위치한 지역 하천을 조사했는데 진통제, 소염진통제,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당뇨치료제 등 15종의 의약물질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폐의약품 수거함’에 별도 배출… 약국·보건소·주민센터에
환경부의 ‘생활계 유해폐기물 관리 지침’을 보면 폐의약품을 보건소나 약국에 배출하라고 안내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폐의약품 수거함’이 눈에 잘 띄지 않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전히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일부 약국은 일반쓰레기와 폐의약품을 섞어서 버리고 가거나, 폐의약품이 쌓여서 생기는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수거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민권익위는 2년 전에 주민센터 등으로 폐의약품 수거지를 확대하는 내용의 관리 지침과 조례안을 마련하고,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제정해 운영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주민센터와 구청 등 542곳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수거 장소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폐의약품 수거함 위치는 살고 있는 지역 지자체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공공데이터 포털(www.data.go.kr)에서 자신이 사는 지역과 함께 ‘폐의약품 수거함’을 검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서울 외에도 폐의약품 수거 체계를 개편하는 지역이 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대응과 홍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약을 살 때 약국에서 복용방법뿐만 아니라 사용기한도 안내하도록 의무화한다면 더욱 효과적이겠죠.
의외로 짧은 의약품 사용기한… 분리배출은 어떻게?
의약품을 샀을 때 겉면에 적힌 사용기한은 ‘개봉하기 전’ 포장 상태가 유지됐을 때의 사용기한을 뜻합니다. 일단 개봉하면 사용기한이 달라지기 때문에 약 포장재에 개봉 시점을 적어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PTP 포장(손으로 눌러 한 알씩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 약은 사용기한이 적힌 부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잘라서 쓰기보다 통째로 보관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의약품 사용기한을 다음과 같이 안내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기준으로, 정확한 사용기한은 구매 시 약국에 문의해야 합니다.)
▶용기에 담긴 약 : 개봉 후 1년 이내
▶PTP 포장 : 박스에 적힌 유통기한
▶조제 알약 : 2개월 이내
▶시럽약 : 평균 1개월 이내
▶소분된 시럽약 : 2주 이내
▶연고 : 개봉 후 6개월 이내
▶소분된 연고 : 1개월 이내
▶PTP 포장 : 박스에 적힌 유통기한
▶조제 알약 : 2개월 이내
▶시럽약 : 평균 1개월 이내
▶소분된 시럽약 : 2주 이내
▶연고 : 개봉 후 6개월 이내
▶소분된 연고 : 1개월 이내
그럼 의약품은 어떻게 분리배출 해야 할까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포장된 그대로 폐의약품 수거함에 넣으면 됩니다. 다만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한 약은 포장재(종이 상자, 플라스틱 용기, PTP 포장 등)를 제거한 뒤에 약제만 비닐에 모아서 배출해주세요.
시럽제는 될 수 있으면 한 병에 모아서 배출하되, 새지 않도록 반드시 밀봉해야 합니다. 연고류는 종이 박스만 분리배출하고, 연고 형태 그대로 수거함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참고로 코로나19 자가검진키트는 폐의약품이 아닙니다. ‘음성’ 결과가 나왔다면 비닐 등으로 밀봉한 뒤 종량제 봉투에 넣어 생활 폐기물로 처리해주세요. ‘양성’을 뜻하는 두 줄이 나타나면 비닐로 밀봉해서 선별진료소 등에 제출해 일반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은근히 신경 쓸 게 많은 의약품 처리 방법, 조금은 정리가 되셨나요? 이번 주말에는 집에 쌓인 약들을 모아 사용기한을 정리하고 가까운 폐의약품 수거함 위치도 검색해보세요. 앞으로 약국에 들를 때 수거함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죠.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환경을 지키는 일, 결국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