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처리 늦추고 사학법 헌법소원 속도낸다

입력 2022-03-11 17:57 수정 2022-03-13 16:31

기독교계가 추진 중인 사립학교법의 헌법소원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교계 최대 이슈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여론수렴 등 국민적 합의 절차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법제화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기독교 관련 정책들은 어떻게 반영될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교계가 제안한 주요 정책들에 대한 윤 당선인 측의 답변을 중심으로 다시 들여다봤다. 앞서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지난 대선 기간 중 주요 기독교 관련 정책을 대선 후보 측에 제안했고, 당시 윤 후보와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관련 답변을 보내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현재 국회에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은 법제정에 앞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여론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국민비전클럽 월례예배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이 명확하다. 어떤 경우에도 종교와 선교의 자유가 침해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현재 20개가 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는 가운데, 별도로 추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주된 제정 목적이 동성애·성소수자 보호”라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며, 또 다른 차별을 일으킨다는 반대 여론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교계 행사에서도 “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소수를 차별해선 안된다면서 다수를 차별하는 역차별에 있다.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분명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당장 법제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계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국회 논의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교계는 지난해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미션스쿨(종교사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미션스쿨의 고유 특성을 존중해 건학이념과 정체성을 지키게 해 달라며 법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계는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사학미션·이사장 이재훈 목사)를 조직해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이정미·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중심으로 법무 대리인단이 구성됐으며, 헌법소원 청구인 모집 사흘 만에 1만여명이 이름을 올렸다. 사학미션은 “기독 사학의 자율성이 없어지면 교육 선택의 자유, 종교 교육의 자유까지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고 헌법소원 청구 취지를 밝혔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은 교계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편이다. 윤 당선인 측은 지난달 “문재인 정부에서 사학 운영의 중요한 축인 학생모집권, 재정권을 비롯해 인사권까지 침해하는 것은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처사다. 시정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교계가 추진중인) 헌법소원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헌법소원 진행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사종교 피해방지·구제법=이단·사이비 종교에 관한 법률을 만들자는 게 교계의 요청이다. 윤 당선인 측은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본적 동의’ 입장을 견지했다. 윤 당선인 측은 답변서에서 “허위나 거짓의 방법으로 사유 재산을 착취하는 행위는 종교집단 여부를 떠나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법 행위”라며 “착취된 재산을 되찾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데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근대종교문화자원보존법 제정에 대해서는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독교 근대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윤 당선인 측은 “현재 전통사찰이나 향교 등은 문화재보호법 및 전통사찰보존지원법, 향교재산법 등으로 재산들이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개신교나 천주교, 원불교 등은 특별한 입법이 없다”면서 “모든 종교문화유산에 대한 지정·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 제·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찬 임보혁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