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며 2660선까지 후퇴했다. 코스피지수는 11일 전 거래일보다 19.04포인트(0.71%) 내린 2661.28에 마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반도체 소재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한 것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2차전지 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별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은 이날 하루 유가증권시장에서 6282억원을 순매도했다. 선물시장에서는 4146계약(3417억원) 순매도했다. 현물, 선물시장을 합쳐 1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운 것이다. 기관도 외국인과 함께 3769억원 순매도해 증시를 압박했다. 개인은 1조292억원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1. 안랩 [053800]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대 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안랩이 17%대 급등세를 보였다. 안랩은 전날보다 1만2700원(17.21%) 오른 8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LGIM이 안랩 주식 50만5979주를 장내 매수했다는 공시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50만주는 안랩 전체 주식 5.05%에 해당하는 규모다. LGIM은 사들인 이유에 대해 단순 투자목적이라고만 밝혔다. 공시가 나온 직후 24% 이상 급등하며 9만1500원까지 치솟았으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안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준 만큼 새 정부에서 요직을 맡으리라는 기대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윤 당선인과 도시락 회동을 하고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안랩은 1995년 안 대표가 창업한 안철수연구소의 후신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업체다. 안 대표는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할 당시 안랩 주가가 요동치자 ‘2005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으며 단지 최대주주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안랩 지분 18.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안 대표의 입장에도 안랩 주가는 그와 관련된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출렁거리고 있다.
2. LG에너지솔루션 [373220]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200 지수 편입 후 거래된 첫날 상장 후 신저가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만6500원(6.35%) 떨어진 39만1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코스피200 지수 편입 전까지 인덱스·배터리 상장지수펀드(ETF) 편입에 따른 매수가 진행돼 하방 압력을 지탱했으나 신흥국 주식에 대한 경계 심리가 높아지며 쏟아진 외국인 매물을 막지 못했다.
코스피200에 편입돼 공매도가 가능한 점도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단기적으로 편입수요와 투기적 매도세가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급등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월에만 양극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41% 상승했고 전구체 구성요소인 니켈, 코발트, 망간 가격이 각각 26%, 7%, 2% 올랐다”고 밝혔다.
3. 원전주
윤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전 관련주로 묶인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한신기계는 가격제한폭(29.84%)까지 오른 5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는 원전에서 사용되는 공기압축기를 제조하는 업체다. 두산중공업(10.19%), 한전KPS(11.85%), 한전기술(6.37%), 한국전력(1.43%) 등도 강세를 보였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백지화와 ‘원전 최강국 도약’이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주식 시장 또한 발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