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친푸틴 성향 언론과 SNS 채널 등을 이용해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의 민간인 공격이 사실 우크라이나 측의 소행이거나 공작이라는 식의 왜곡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서 “러시아가 전쟁 관련 외부 정보 차단을 위해 여러 웹사이트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고, 전쟁을 비판한 언론사들을 물리적으로 위협했다”고 보도하며 이와 같이 전했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대한 포격 이후, 이를 우크라이나의 ‘네오 나치주의자’들 탓이라는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사인 타스통신은 우크라이나인들이 휴전 기간 동안 러시아군에 발포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네오 나치주의자’들이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막이로 삼아 뒤에 숨었다”고 보도했다. 또 타스통신은 우크라이나 아파트 공격에 대해 “(네오 나치주의자들이) 아파트 건물에 중화기를 배치했고, 일부 주민들은 집에 강제로 감금돼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러시아 SNS에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나치 깃발 또는 히틀러의 사진을 들고 있는, 확인되지 않은 가짜 사진을 퍼뜨려졌다. 이같은 허위 정보 파악을 주로 하는 비영리단체 정보복원센터 측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인과 나치를 연결하는 트윗 수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또 자포리자 핵 시설을 공격해 이 곳에 불이 나자, 자신들이 해당 시설을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달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자포리자 복합시설을 통제하면서 정전 사태를 일으키거나 전력망을 차단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타스통신은 크렘린궁 성명에 대한 보도를 통해 “(우크라이나인과 네오 나치주의자들이) 치명적인 도발들을 조직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핵 시설을 점령했다고 했다. 또 러시아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핵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증거를 발견했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달아나기 전 인접 건물에 불을 질렀고, 그 증거를 은폐했다고도 전했다.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 주택가를 무차별 폭격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인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한 러시아 언론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해당 포격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사됐다는 보도를 내놨다. 러시아 국영 언론인 리아노보스티도 러시아 국방부가 하르키우를 공격한 적이 없다면서도, 고정밀 무기로 군사 인프라를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 연구단체 애틀랜틱 카운슬에 따르면 러시아가 하르키우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는 러시아의 하르키우 공격으로 민간인 34명이 사망하고 285명이 부상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 가짜뉴스는 얼굴이 피범벅이 된 우크라이나 여성의 사진이 서방 언론을 통해 널리 퍼지자, 러시아가 이 여성을 우크라이나 심리작전부대 소속 군인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이후 등장한 친러시아 웹사이트 ‘War on Fakes’(가짜와의 전쟁)는 이 여성의 피가 포도 주스일 수 있고, 이 여성도 방어 작전의 일부일 수 있다고 암시하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