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8일째…피해면적 서울 5분의2, 역대 최대

입력 2022-03-11 12:31 수정 2022-03-11 12:59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이 11일로 8일째 접어들었지만 금강송 보호구역과 응봉산 지역 강한 불길이 아직 잡히지 않아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번 불은 피해 면적으로 관련 통계가 있는 198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동해안 산불로 인해 11일 오전 6시까지 2만3993㏊의 산림 피해(산불영향구역 면적)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울진 1만8484㏊, 삼천 1509㏊, 강릉 1900㏊, 동해 2100㏊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산불의 피해 면적은 역대 최대규모인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의 피해면적인 2만3794㏊보다 넓다. 당시 산불은 2000년 4월 7~15일 191시간 이어져 360억원의 피해액을 발생시켰다. 중대본은 현재 시점에서 이번 산불의 피해액이 2000년 산불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은 서울 면적(6만500㏊)의 5분의2(39.7%)에 해당한다.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82.7배, 축구장(0.714㏊)을 3만3604개 모아놓은 넓이다.

인명 피해로 확정된 사례는 없는 가운데 이날 오전 5시까지 산불로 648개 시설이 피해를 봤다. 주택 358채, 농·축산시설 48곳, 공장 및 창고 167곳, 종교시설 75곳이 피해를 입었다.

산림당국은 전날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 불을 제압한 뒤 화세가 강한 북면 응봉산 일대 진화에 나설 방침이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밤사이 금강송 군락지로 또다시 불길이 확산해 초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산림 당국은 야간 특수 진화대원 1200여명, 소방차, 드론 진화대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밤이라 헬기가 투입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길이 또다시 능선을 넘으면서 큰 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당국은 헬기를 동원해 울진의 금강송 유전자원 보호구역이 있는 금강송면 소광리, 북면 응봉산 쪽 화세를 제압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지만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일몰 전까지 금강송 군락지와 가까운 화선의 진화율을 80%까지 끌어올렸는데 야간에 총 화선 길이 5.7㎞ 가운데 3.4㎞가 되살아나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곳에 투입된 662명 진화대원과 해병대 등 요원들이 악전고투해 임도에서 방어했고 일출과 동시에 헬기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오전 8시를 기해 주불을 진화했다”고 말했다.

불이 좀처럼 진압되지 않고 있다 보니 모든 주민과 산림당국이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다행이 오는 13일과 14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댔지만 내리는 비의 양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일요일은 13일 울진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지만 비의 양은 5㎜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진읍을 기준으로 13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오후 3시부터 14일 오전 1시까지 비가 예보된 가운데 비교적 적은 양이어서 산불을 끄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현재로서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5㎜ 정도면 그렇게 많지 않은 양이어서 현재는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진화율은 80%로 전날 75%보다 높아졌지만, 울진·삼척 화선 길이는 당초 60㎞에서 68㎞로 늘어났다.

당국은 헬기 82대, 지상 진화 장비 224대, 진화인력 3천216명을 투입, 오전에 소광리 지역에 항공 진화를 집중한 후 오후에는 불길이 센 응봉산을 공략할 계획이다.

울진=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