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Game Optmizing Service) 우회 기능 차단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논란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GOS 기능을 우회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SW)도 업데이트 내용도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11일 이용자 공식 커뮤니티 삼성멤버스에 “고객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은 SW 업데이트가 진행된 지난 10일 내부 타운홀미팅에서 임직원에게 GOS 기능과 관련 논란 등을 직접 설명했다. 노 사장은 “임직원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SW 업데이트로 갤럭시S22 이용자들은 게임을 할 때 기존처럼 GOS 비활성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업데이트 후 ‘게임 부스터 실험실’에서 ‘성능 우선 모드’를 활성화하면 GOS를 끌 수 있다. GOS를 우회할 수 있는 외부 앱 차단 기능도 빠졌다. 하지만 스마트폰 과열을 막기 위한 단말 온도에 따른 제어 동작은 유지된다.
GOS 우회 기능 차단 논란은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SW 업데이트로 GOS 실행을 강제 적용하면서 불거졌다. GOS는 발열과 전력 소모를 관리하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을 제한하는 장치다.
GOS가 실행되면 고사양 게임을 할 때 기기 성능이 떨어진다. SW 업데이트 전에는 사용자들이 유료 앱 등을 통해 GOS 사용을 우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GOS 우회를 막으면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 GOS 탑재 의무화와 관련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으며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업데이트 후 오히려 성능이 떨어졌다는 불만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GOS 우회 기능 차단 논란에 대해 처음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게임을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의 니즈(요구)를 일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으나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가 아니라며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조치에 대해 소비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집단소송으로 맞서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법무법인 에이파트 김훈찬 대표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갤럭시S22가 이전 버전보다 성능이 좋다는 광고를 보고 제품을 샀는데 속았다는 게 소송의 골자다. 네이버 카페를 통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원고 1인당 청구액은 30만원으로 정해졌다.
공정위에도 ‘삼성전자가 GOS 성능과 관련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공정위는 신고 내용에 대한 예비 조사를 진행해 사건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식 조사가 이뤄지면 삼성전자가 소비자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이나 내용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등으로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했는지 따져보게 된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주주총회에도 GOS 논란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은 지난 6일부터 오는 15일까지로 예정된 사전 온라인 전자투표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등과 관련해 ‘비토’(거부권)를 행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성능측정 사이트 ‘긱벤치’에서는 삼성전자 S10, S20, S21, S22 시리즈가 성능측정 목록에서 제외했다. GOS가 강제 구동되도록 설정된 안드로이드 12 운영체제(OS)가 기본 적용됐거나 업데이트를 통해 추후 적용된 스마트폰은 아예 성능 측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긱벤치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이용하는 주요 참고 사이트다. 긱벤치가 성능측정 목록에서 제외했던 스마트폰은 대부분 중국 업체 모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제외된 것은 처음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