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여가부 폐지, 더 논의해야…젠더갈등 키울 가능성”

입력 2022-03-11 11:36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간 기념 청년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무조건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성별 간) 갈등구조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전 위원장은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젠더갈등 문제라는 것이 표심을 완전히 양쪽으로 갈라놓지 않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대남’(20대 남성)은 지금 당선자 쪽으로 표를 던졌고, ‘이대녀’(20대 여성)는 이재명씨 쪽으로 표를 던지고, 이런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무조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그 갈등구조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여가부 폐지 문제는 과거 이명박 정권이 처음에 시작할 때도 논의하다가 결국 못하고 만 것 아니냐”며 “이번에도 여가부 문제는, 어느 정도 기능 조정을 통해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얘기가 지금 벌써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리가 논의과정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뉴시스

김 전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선 “청와대 문제는 시급한 과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청와대(라는) 집이 문제가 돼 우리나라 대통령이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다”라며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얘기는, 명분상 얘기는 할 수 있지만 그게 국가운영에서 그렇게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수위가 발족하고 대통령 취임하는 과정에서 다른 여러 가지 시급한 사항도 많은데 청와대 옮기는 것 자체가 현재로서 1차적인 과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20대 여성들의 저조한 지지율 등 대선 결과를 두고 책임론이 불거진 이준석 대표에 대해선 “(윤 당선인이)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공로가 더 크다”고 두둔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다소 갈라치기를 했느니 이런 비난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비난이란 것은 묵살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지자체장 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대표 책임론) 문제가 그렇게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검찰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라는 질문엔 “검찰은 대통령이 관심을 안 갖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답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검찰을 잘 알고 검찰을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 보기 때문에, ‘친윤’ ‘반윤’ 이런 걸 가지고 검찰을 대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그래도) 검찰에 대해 대통령이 가급적 관심을 안 갖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