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허드슨강의 기적 보라”… ‘진땀승’ 책임론 반박

입력 2022-03-11 11:11 수정 2022-03-11 11:26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미국 뉴욕 허드슨강 여객기 불시착 사고를 언급하면서 자신에 대한 책임론 반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11일 “왜 라구아디아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했습니다”라면서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객기 불시착 사진도 함께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이 대표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 2009년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여객기가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사고다. 해당 여객기는 새와 부딪혀 엔진이 손상됐고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는 공항 회항이 아닌 허드슨강 착륙을 선택했다.

불시착으로 탑승객 전원이 살아남았다. 이후 사고를 조사하는 미연방 위원회에서는 왜 회항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책임론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설렌버거의 판단은 적절했고 불시착이 아니었다면 여객기가 도심에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는 2016년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선거 후 당 안팎에서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해당 사고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예상보다 적은 득표율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한 것에 대해 2030여성에 대한 선거전략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윤 당선인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표현했는데 당 차원에서 번복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여성들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선거 후반부 ‘젠더 이슈’를 둘러싼 이 같은 잡음은 2030 여성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로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0일 CBS라디오에서 “선거가 9일이 아니라 11일쯤 이뤄졌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대남들과 이대녀 이른바 20대 여성들을 갈라치는 식의 행태는 정치권에서 추방해야 된다. 이 부분에 대해 이 대표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의 ‘이대남’(20대 남성)을 결집시키는 선거 전략이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 책임론에 대해 “이 대표가 윤석열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한 공이 더 크다”며 “선거 과정에서 다소 갈라치기니 이런 비난도 있지만 그런 비난이란 것은 묵살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 대표의 공과가 있겠지만 압도적으로 공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