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기술 시험한 북한 제재”…미, ‘레드라인’ 넘었다 판단

입력 2022-03-11 08:08 수정 2022-03-11 08:15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최근 두 차례 미사일 도발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위한 시스템 시험으로 확인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개발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ICBM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도발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시험을 한 것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북 제재를 예고했다. 북한이 사실상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면밀한 분석 끝에 북한의 최근 두 차례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 북한이 개발 중인 비교적 새로운 ICBM 시스템이 포함됐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언급은 ICBM 발사를 우주활동으로 가장하려는 시도”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뻔뻔한 위반이자 역내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심각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규탄했다.

미국은 북한의 이번 ICBM 시스템이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때 처음 선보였고, 지난해 10월 무기 박람회 때도 전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북한이 선보인 미사일은 ‘화성 17형’으로, 최대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미 본토 전역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당국자는 “2017년 세 차례 ICBM 도발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사정거리나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면서도 “전면 발사가 수행되기 전 새로운 시스템 요소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ICBM에 해당하는 사거리에는 도달하진 않았지만, ICBM 발사를 위한 기술을 사용해 실제 성능을 알아봤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분석 과정에서 한국, 일본과 긴밀한 조율을 거쳤고, 유엔을 포함한 다른 동맹과 파트너 국가에 구체적 내용을 공유했다”며 “미국은 미 본토와 동맹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미 재무부가 11일 대북 제재를 발표한다. 미 고위당국자는 “재무부는 무기 프로그램 진전에 필요한 해외의 품목과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순차적인 다양한 추가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이번 발사가 북한이 개발 중인 새로운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ICBM의 (완전한) 사거리를 드러내지 않은 이들 시험의 목적은 향후 진행될 완전한 사거리 시험발사에 앞서 새 미사일 체계를 평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미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실무회담을 바탕으로 진지한 합의가 있을 때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대화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양국이 직면한 안보 문제에서 협력이 심화하길 고대한다”며 “인도·태평양에 관해서는 목록 최상단에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한 위협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ICBM 출현으로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국가안보 목록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