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 국민에 대한 책무” 尹 당선날 이규원 검사 사의

입력 2022-03-11 06:24
이규원 검사가 지난해 5월 26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 검사는 사의를 밝힌 글에서 “검찰권은 조직 구성원의 권한에 앞서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무”라고 언급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검사는 대선 다음 날인 10일 춘천지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검사는 이날 밤 늦게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를 올렸다. 그는 이 글을 페이스북에도 공유했다.

이 검사는 “14년간 정든 검찰을 떠날 때가 온 것 같아 일신상 사유로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글에서 “봄이 오고 나라에도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이 검사는 “청주, 논산, 부천, 서울서부, 서울중앙, 대전, 춘천(지검)을 거치며 1만775건 1만4879명 사건을 처리했다”며 “제가 기소된 ‘김학의 출국금지 등’ 사건 하나만 미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검찰권은 조직 구성원들의 권한이기에 앞서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젊은 날과 함께한 검찰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마땅한 중요한 조직이니, 부디 정의와 약자의 편에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그 소명에 걸맞는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저도 미력하나마 응원하겠다”고 적었다.

이 검사의 사표 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 1월 이 검사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징계를 청구하기로 의결했다. 그가 ‘김학의 불법출금’ 뿐만 아니라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과 관련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파면 해임 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사유가 있으면 소속 장관 등은 지체 없이 징계 의결 등을 요구하고,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해당 공무원이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에 기소된 때, 징계위원회에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 중인 때 등도 마찬가지다.

이 검사의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병합돼 재판 중이다. 그의 ‘허위공문서 작성’ 기소 내용 중에는 2019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상대로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씨가 ‘윤석열 당선인(당시 검찰총장)이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도 이 검사가 그 같은 내용을 보고서에 허위로 적었다는 혐의도 있다. 이 검사는 지난 1월 재판에서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