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 수두룩한데… 러 “마리우폴 병원 폭격은 조작”

입력 2022-03-11 05:33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한 산부인과 병원이 러시아군으로부터 무차별 폭격을 당한 뒤 구급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입원 중 부상한 임부를 들것에 태워 이송하고 있다. 마리우폴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병원을 폭격해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는 보도 에 대해 ‘조작설’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해당 병원을 공습한 적이 없으며 언론 보도 사진도 조작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거짓말”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AFP·리아노보스티·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리우폴의 산부인과병원 폭격 보도는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 병원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폐허로 변해 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러시아군 침공 이후 117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마리우폴 AP=연합뉴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국방부는 어제(9일) 마리우폴 주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휴전체제’를 선포했으며 이 지역에서 지상 목표물 공중 폭격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진들도 조작된 것이라며 “항공 폭탄은 가장 약한 것이라도 건물 외벽을 완전히 파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당 마리우폴 산부인과병원은 환자와 의료진이 없는 상태였고, 민족주의자 세력인 ‘아조프 부대’의 근거지로 쓰였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언론 보도 사진 속에 등장한 임부가 다른 사진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마리우폴 병원은 이미 오래전에 ‘아조프 부대’에 의해 장악됐다”며 “관련 자료는 이미 지난 7일에 우리 대표단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제시했다”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임신한 여성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부상한 채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마리우폴 AP=연합뉴스

그러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리우폴 병원에 군 병력이 주둔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동영상 성명을 통해 “현장 모습을 담은 영상이 보여주듯 폭격으로 다친 사람은 모두 민간인이었다”며 “러시아군은 인도주의 통로 개설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외곽에서 9일(현지시간) 영안실 직원들이 검은색 비닐로 싸인 관에 희생자 시신을 안치하고 있다. 마리우폴 AP=연합뉴스

전날 외신들은 마리우폴 당국을 인용해 산부인과병원에 대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어린이들 포함한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배가 부푼 임산부가 초점 없는 눈으로 들것에 실려 가는 모습, 피 묻은 병상 등 마리우폴 병원의 참상을 담은 사진이 보도됐다.

파괴된 산부인과 병원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공중에서 여러 발의 폭탄을 투척했다면서 최근까지 아이들이 치료를 받았던 병동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고 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