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못 질러도 좋아” 팬데믹 뛰어넘은 보랏빛 축제

입력 2022-03-10 20:32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도 글로벌 톱 아티스트로서 저력을 쌓아온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년 반 만에 드디어 국내 팬들과 보랏빛 축제를 열었다.

10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보라색으로 가득했다.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의 개최 첫날인 이날 1만5000여명의 팬들이 모였다. 콘서트는 12, 13일까지 3일에 걸쳐 열린다. 국내에서 펼쳐진 대면 콘서트는 지난 2019년 10월 ‘BTS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이후 처음이다. 무대에는 4개의 대형 LED 스크린이 설치됐다. 곡의 분위기에 맞춰 스크린의 배경은 다채롭게 바뀌었다.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어’라는 메시지의 ‘퍼미션 투 댄스’를 주제로 한 만큼 이번 공연은 BTS와 팬들의 축제였다. 보랏빛으로 머리를 물들이거나 보라색 풍선을 들고 공연장을 찾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장을 찾지 못한 팬들은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오랜만에 BTS를 만나는 팬들은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준비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2020년 발매된 정규 4집 수록곡 ‘On’으로 무대를 연 BTS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최근 히트곡은 물론 오랜 시간 팬들에게 사랑받은 곡들도 선보였다. ‘윙스’ ‘피 땀 눈물’ ‘불타오르네’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공연에 풍성함을 더했다. 멤버 뷔는 “예전에는 객석 앞에 카메라만 놓고 (팬 없이) 촬영했는데 지금은 아미(팬덤)들이 여기 있어 감동이고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슈가는 “설레고 벅찬 감정은 팬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함께 즐기자”고 외쳤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연장에는 함성 대신 클래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리더 RM은 “언제 또 이렇게 박수로만 받는 콘서트가 있겠나”며 “역사에 남을 콘서트”라고 했다. 때로는 미처 참지 못한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스태프들은 연신 거리두기를 지키고, 함성을 금지해달라고 당부했다.

3년 전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온 와르다 사르하니(25)씨는 “BTS는 내가 한국에 와서 배우라는 꿈을 펼칠 수 있게 용기를 줬다”며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동경하던 한국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채 공연장을 찾은 신가람(22)씨는 “코로나 이후 발매된 앨범들의 퍼포먼스를 처음 보는 공연이라 기대가 크다”며 “BTS는 내 인생에 있어서 큰 존재가 됐다. 내게 살아가는 힘을 줬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온 최수연(26)씨는 “코로나19에 걸려 공연에 못 오게 될까 봐 지난 주말에 거의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며 그만큼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