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도 공고한 지역구도가 재확인됐다. 승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 압도적 표를 얻었다.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사실상 ‘몰표’를 받았다.
서울은 윤 당선인을, 경기는 이 후보를 각각 지지하면서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힌 수도권 표심도 엇갈렸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20대 대선 개표상황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총 1639만4815표(득표율 48.56%)를 얻어 1614만7738표(47.83%)를 기록한 이 후보를 0.73%포인트(24만7077표) 차로 꺾었다.
윤 당선인은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지역 득표율로 70%가 넘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대구에서는 119만9888표(75.14%)를, 경북에서는 127만8922표(72.76%)를 받았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는 대구에서 34만5045표(21.60%)를, 경북에서 41만8371표(23.80%)를 얻었다. 민주당에 차가운 TK에서 이 후보가 지역 연고를 앞세워 20%대를 넘기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 후보가 TK에서 선전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부산·경남(PK)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지역주의 타파의 정도는 약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이 후보는 호남에서는 80%가 넘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는 광주 83만58표(84.82%), 전남 109만4872표(86.10%), 전북 101만6863표(82.98%)를 각각 득표했다.
반면 보수 정당 후보인 윤 당선인에게 호남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국민의힘은 20% 이상의 득표율을 기대했지만, 윤 당선인 득표율은 10%대에 그쳤다. 윤 당선인은 광주에서 12만4511표(12.72%), 전남에서 14만5549표(11.44%), 전북에서 17만6809표(14.42%)를 받았다.
다만 윤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적극적인 ‘서진 정책’에 힘입어 역대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얻은 광주 7.76%, 전남 10.0%, 전북 13.22% 득표율이다.
이 교수는 “야권 단일화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호남에서 이 후보로의 결집 효과가 강해진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의 호남 득표율은 지역주의 성향이 약해진 젊은 층의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과 경기가 엇갈렸다. 서울에서 윤 당선인은 325만5747표(50.56%)를 받아 이 후보(294만4981표·45.73%)를 앞섰다.
경기지사 출신인 이 후보는 안방인 경기에서 442만8151표(50.94%)로 윤 당선인(396만5341표·45.62%)을 제치며 자존심을 지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서울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면서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서울 중산층의 표심을 잡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전통적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히는 대전(49.55%)·충북(50.67%)·충남(51.08%)에서도 이 후보를 앞질렀다. 세종에서는 이 후보(51.91%)가 윤 당선인(44.14%)을 7.77%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