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도 지역구도 공고…윤석열 ‘TK 압도’·이재명 ‘호남 몰표’

입력 2022-03-10 20:28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발언한 뒤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9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도 공고한 지역구도가 재확인됐다. 승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 압도적 표를 얻었다.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사실상 ‘몰표’를 받았다.

서울은 윤 당선인을, 경기는 이 후보를 각각 지지하면서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힌 수도권 표심도 엇갈렸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20대 대선 개표상황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총 1639만4815표(득표율 48.56%)를 얻어 1614만7738표(47.83%)를 기록한 이 후보를 0.73%포인트(24만7077표) 차로 꺾었다.

윤 당선인은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지역 득표율로 70%가 넘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대구에서는 119만9888표(75.14%)를, 경북에서는 127만8922표(72.76%)를 받았다.

경북 안동이 고향인 이 후보는 대구에서 34만5045표(21.60%)를, 경북에서 41만8371표(23.80%)를 얻었다. 민주당에 차가운 TK에서 이 후보가 지역 연고를 앞세워 20%대를 넘기면서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 후보가 TK에서 선전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부산·경남(PK)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지역주의 타파의 정도는 약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대로 이 후보는 호남에서는 80%가 넘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는 광주 83만58표(84.82%), 전남 109만4872표(86.10%), 전북 101만6863표(82.98%)를 각각 득표했다.

반면 보수 정당 후보인 윤 당선인에게 호남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국민의힘은 20% 이상의 득표율을 기대했지만, 윤 당선인 득표율은 10%대에 그쳤다. 윤 당선인은 광주에서 12만4511표(12.72%), 전남에서 14만5549표(11.44%), 전북에서 17만6809표(14.42%)를 받았다.

다만 윤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적극적인 ‘서진 정책’에 힘입어 역대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기존 최고 기록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얻은 광주 7.76%, 전남 10.0%, 전북 13.22% 득표율이다.

이 교수는 “야권 단일화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호남에서 이 후보로의 결집 효과가 강해진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의 호남 득표율은 지역주의 성향이 약해진 젊은 층의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과 경기가 엇갈렸다. 서울에서 윤 당선인은 325만5747표(50.56%)를 받아 이 후보(294만4981표·45.73%)를 앞섰다.

경기지사 출신인 이 후보는 안방인 경기에서 442만8151표(50.94%)로 윤 당선인(396만5341표·45.62%)을 제치며 자존심을 지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서울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윤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면서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서울 중산층의 표심을 잡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전통적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히는 대전(49.55%)·충북(50.67%)·충남(51.08%)에서도 이 후보를 앞질렀다. 세종에서는 이 후보(51.91%)가 윤 당선인(44.14%)을 7.77%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