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공판절차갱신을 두고 앞서 증인신문이 이뤄진 증인들 중 핵심증인 33명의 신문 내용을 녹음파일로 다시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판갱신에만 2년이 걸릴 것이라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재판장 김현순)는 1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재판부 구성원 교체에 따른 공판절차갱신 방법에 대한 임 전 차장과 검찰 양 측의 의견을 들었다.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에 따르면 새로운 재판부는 구성원 교체 이전 재판부에서 진행한 증인신문의 녹음파일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공판절차를 갱신해야 하지만, 검사와 피고인·변호인이 모두 동의할 경우 증거기록 제시 등 간이한 방법으로도 공판갱신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측은 기존에 신문이 이뤄진 증인을 핵심증인, 주요증인, 기타증인으로 나눠 핵심증인 33명의 증인신문 녹취파일을 들어보는 방식으로 공판갱신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요증인 44명에 대해선 증인신문조서의 주요 부분을 제시하는 방식의 증거조사를 요청했다. 기타증인 29명에 대해서만 간이한 방식의 갱신절차에 동의하겠다고 했다. 임 전 차장 측은 “핵심증인이 검찰이 조사한 것과 다르게 진술하고 있어 녹취를 직접 들어보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 주장대로면 공판 갱신 절차가 늘어질 수밖에 없다”며 즉시 반발했다. 이어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11명 녹취록을 들어보는 절차만 5개월이 걸렸다”며 “33명은 3배 이상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공판갱신절차만 2년 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필요한 증인이면 들어야 할 것이고 필요치 않은 증인이면 적절한 방법으로 하는게 맞을 것”이라며 “재판부 입장에선 증인들의 증거가치에 대해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 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의견을 표해주면 재판부가 취사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 측이 선정한 증인 명단을 검찰에 넘겨주고, 검찰이 의견을 내면 재판부가 취사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며 양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2018년 11월 재판에 넘겨졌으나, 3년 넘게 1심이 진행 중이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