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GV70에 처음 적용한 기술… ‘e-터레인’의 비밀

입력 2022-03-13 08:08
제네시스가 출시를 앞두고 있는 GV70 전동화 모델. 현대자동차 제공

제네시스는 출시를 앞두고 있는 GV70 전기차에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선보이는 신기술을 장착했다. ‘이(e)-터레인’ 모드가 그것이다. 운전자가 도로 노면상태에 따라 스노우(SNOW·눈길), 샌드(SAND·모래길), 머드(MUD·진흙탕길) 모드를 선택하면 모터 출력을 조절하고 앞뒤 바퀴에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해 안정적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기능이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의 e-터레인 작동 버튼.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는 GV80이나 GV70 등 기존 내연기관차에 터레인 모드를 탑재했었다. 아웃도어 활동이 늘면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에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이걸 전기차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스노우, 샌드, 머드 3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성능은 e-터레인 모드가 훨씬 뛰어나다.

일단 시스템 작동 원리가 훨씬 간결하다. 내연기관차는 무겁고 복잡한 다단화 변속기를 사용하는데 반해 전기차는 1단 감속기를 사용한다. 동력 제어장치(클러치)도 필요 없다. 이런 특징 덕분에 ‘모터-감속기-드라이브샤프트(변속기 회전력을 타이어로 전달하는 장치)-타이어’로 이어지는 동력 전달과정이 간소화됐다.

그 결과 e-터레인 모드는 VCU 제어(모터·구동계 제어), ESC 제어(제동 제어) 2가지만으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의 터레인 모드는 AWD 제어(구동력 배분), ESC 제어(제동 제어), TCU 제어(변속 패턴 제어), ECU 제어(엔진 토크·응답성 제어) 4가지 부분을 복합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반응속도도 빨라졌다. 내연기관차는 일정 회전수에 도달해야 힘이 발생하지만, 전기차의 모터는 회전과 동시에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다. 운전자가 원하는 순간에 전륜과 후륜 동력을 100대 0 또는 0대 100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 관계자는 “GV70 전동화 모델은 이런 특징 덕분에 눈길, 진흙길, 모래길 등 다양한 험로를 마주쳐도 빠르고 신속하게 구동축에 동력을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노우 모드에선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구동력을 평소의 70% 이하로 낮춘다. 눈길은 일반 노면보다 마찰력이 떨어져 순간적으로 강한 토크가 전달되면 바퀴가 헛돌 수 있기 때문이다. 눈길 주행 중에도 구동력을 80% 이하로 유지한다. 그래도 바퀴가 미끄러지면 ESC 제어 장치가 구동력을 더 낮춰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머드 모드는 진흙길에서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진흙은 입자가 거칠고 점성이 크기 때문에 한번 빠지면 탈출이 어려울 수 있다. 머드 모드는 전륜과 후륜에 구동력을 50대 50으로 배분한 뒤 모터의 토크를 네 바퀴에 강하게 전달해 진흙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한다. 주행 중에도 평소보다 강하게 토크를 전달한다. 차체를 앞으로 힘차게 밀어내 바퀴가 진흙에 빠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샌드 모드는 저속과 고속일 때 구동력 배분이 다르다. 모래에 빠졌을 때를 포함해 시속 10㎞ 이하로 주행 시 구동력을 70% 이하로 낮추고 토크도 네 바퀴에 부드럽게 전달한다. 눈길 모드와 마찬가지로 입자가 작은 모래에서 저속으로 달릴 때 바퀴가 헛돌거나 모래를 파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속 10㎞ 이상 주행 시 구동력을 높여 모래 저항으로 멈추는 걸 방지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GV70 전동화 모델은 단순히 친환경만을 강조한 전기차가 아니라 e-터레인 모드를 탑재해 주행 성능까지 강화했다. 전기차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해 탑승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