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그로즈니의 악마’ TOS-1A 사용 확인

입력 2022-03-10 17:24 수정 2022-03-10 17:27
열기압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A’. sanalsavunma 홈페이지 캡쳐

영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에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서 ‘TOS-1A’ 무기 시스템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TOS-1A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로 열기압 탄두(일명 진공폭탄)를 탑재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영국 국방부는 TOS-1A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영상과 함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집속탄과 진공폭탄 등 민간인들을 대량 학살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들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진공폭탄으로 불리는 열기압 무기는 산소를 빨아들여 강력한 초고온 폭발을 일으킴으로써 사람의 내부기관에 손상을 준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무차별적이고 파괴력이 센 까닭에 비윤리적인 대량살상무기로 인식된다.
열기압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A’를 싣고 우크라이나 내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 군용 트럭의 모습. 출처 영국 국방부 트위터

다양한 다연장 로켓을 사용해왔던 옛 소련 육군은 1970년 후반 건물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무기를 요구했다. 그렇게 나온 게 TOS-1M(TOS-1A 직전 모델)이었다. 1979년 당시 주력 전차였던 T-72A 전차에 열압력탄 발사관 30개를 통합했다.

TOS-1M은 1987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했다. 첫 전투 투입은 1988년에서 1989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이었다. 열압력탄은 폭발력 외에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키기 때문에 건물, 벙커, 동굴 등을 파괴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내내 공략하지 못했던 판지시르 계곡의 무자헤딘을 상대로 사용됐는데, 이 사실은 오랫동안 기밀로 붙여졌다.

TOS-1M이 유명해진 건 1999년 8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벌어진 제2차 체첸전쟁에서였다. 수도 그로즈니의 건물 등에 엄폐한 체첸 반군을 상대로 러시아군은 TOS-1M의 열기압 로켓을 발사했고, 말 그대로 이 지역 일대를 지워버렸다. 이로 인해 TOS-1M은 ‘그로즈니의 악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TOS-1M은 2001년 TOS-1A로 개량됐고 현재 러시아 육군의 중요한 전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국 국방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아직 러시아의 집속탄, 열압력탄 사용이 명확히 밝혀진 상황은 아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집속탄과 열압력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