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바꾼다. 최근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한 두산중공업이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형모듈원전(SMR)은 물론 수소, 해상풍력 등 신성장사업에 힘을 싣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지 21년 만이다.
두산에너빌리티(Doosan Enerbility)에서 ‘에너빌리티’는 Energy(에너지)와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를 결합한 단어다. 에너지 기술로 더 윤택한 인류의 삶과 청정한 지구를 만들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가치를 담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사명은 회사의 현재 모습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며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부합하고 회사의 미래 지향점을 제시하는 사명으로 변경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석탄화력, 원자력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해 가스터빈, 수소, 해상풍력, SMR 등 신성장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 등장에 맞춰 재도약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탈원전 백지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도 언급했다. 이밖에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비전과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 실증·상용화 촉진을 통한 세계 SMR 시장 선점도 구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일찌감치 SMR에 투자해왔다. 2019년부터 SMR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1억400만 달러(약 1278억원)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에서 유일한 원전 주기기 제작업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불거지면서 원전이 주목받는 것도 기회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재인정부에서도 원전 수출과 SMR 개발이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