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분열 씻고 통합해야” 윤석열 “많이 가르쳐 달라”

입력 2022-03-10 16:55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선거 과정의 갈등과 분열을 씻어내고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많이 가르쳐 달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10분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힘든 선거를 치르느라 수고 많으셨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통화는 5분가량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인 입장이나 정책이 달라도 정부는 연속되는 부분이 많다”며 “대통령 사이의 인수인계 사항도 있으니 조만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빠른 시간 내에 회동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다음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만난 이후 1년9개월 만에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공백 없이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인수위원회 구성과 취임 준비로 더욱 바빠질 텐데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고 건강 관리를 잘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의 ‘문재인정부 적폐청산 수사’ 발언에 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가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간단한 인사 정도만 나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와 윤 당선인에게 문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했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이 정부 이양기에 국정 공백 없이 (대통령직을) 준비해 달라고 당부하셨다”며 “인수위가 만들어지기 전이라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있으면 말씀하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아무래도 (윤 당선인이) 더 바쁘실 테니 편한 날짜를 주시면 거기에 맞추시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도 통화를 하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서도 “선거 과정이 치열했고 결과 차이도 근소했지만, 이제는 갈등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차기 정부가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통화와 관련한 브리핑 도중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대독하던 도중 눈물을 보였다. 박 대변인은 “당선된 분과 그 지지자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 낙선한 분과 그 지지자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읽다가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박 대변인은 울먹이며 브리핑 단상 뒤쪽에 마련된 대기 공간으로 이동했다. 5분간 마음을 추스른 그는 다시 단상으로 돌아와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변인의 눈물을 두고 선거 결과에 낙심한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