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소방당국이 7일째 밤낮없이 울진·삼척 산불 진화에 매달리고 있지만 변덕스러운 바람과 험한 지형 등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진화 핵심 지역인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와 응봉산 현장에 집중해 진화율을 75%까지 끌어올렸지만 추가 진화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산림청에 따르면 일출과 동시에 헬기 82대를 띄워 화선 공략에 나섰다. 지상에도 진화인력 4000여명, 진화차량 400여대를 동원했다. 응봉산 현장은 전날까지 연무 때문에 공중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날 서풍이 불어 연무가 동쪽으로 이동해 시계가 확보됐고 공중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수월했다.
산림당국은 금강송 군락지 핵심구역 300m 앞까지 다가온 5㎞에 이르는 화선을 방어하는 한편 지상인력 접근이 어려운 응봉산에도 집중하고 있다. 밤새 금강송 군락지를 위협했던 불은 전문 진화대원과 지상장비, 드론 등을 총동원해 막아냈다. 기상 조건이 좋아짐에 따라 응봉산 정상부 착륙장을 이용해 헬기로 전문 진화대를 현장에 투입하는 작전도 펼쳤다. 아쉽게도 불길이 센 울진에 전력을 집중하다 보니 강원도 삼척 현장 진화가 더뎠다.
산림당국은 10일 금강송 군락지를 위협하는 화선 제압과 산불 본진이자 가장 어려운 현장인 응봉산 진화를 동시에 진행했다. 기상 조건이 다시 악화될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산불 장기화와 확산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날 큰 불을 꼭 잡아야 했다. 13일(일요일) 비 예보가 있지만 충분한 강수량이 될지 확신할 수 없어 마음을 놓을 수도 없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브리핑에서 “산불 진압을 통해 울진읍 주민 거주지역과 삼척 사곡리 지역 등 생활권 영역은 안정화시켰다”며 “금강송 군락지 화선을 조속히 정리하고 산불 본진인 응봉산 일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진화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길어진 산불에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진화대원들의 극심한 피로도 문제다. 울진·삼척 산불 영향구역은 1만9233㏊로 확대됐고 주택 등 시설 445곳이 불에 탔다. 대피 중인 주민도 아직 5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림당국은 진화대원들의 건강을 고려해 대체 인력 투입을 위한 대책도 검토 중이다.
울진·삼척 산불 원인 규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초 발화 추정 지점에서 두 차례 현장 조사가 진행됐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지역 CCTV를 통해 도로변에서 불이 맨 처음 발생한 것이 확인돼 산림당국은 담뱃불 등 불씨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경찰의 협조를 받아 발화 시점 전후로 발화 지점을 지나간 차량 4대의 번호와 차종을 파악했다. 하지만 산불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실화일 경우에도 현장 조사에서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산림청 관계자는 “진화 작업이 끝나는 즉시 경찰과 함께 산불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