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는 9일 치러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소식을 전하며 새 정부의 대중 정책과 양국 관계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윤 당선인이 한·미 동맹 강화, 주한미군 사드(THAAD) 추가 배치,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4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와의 협력 확대 등을 공약한 만큼 대중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0일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며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 쪽 편에 서지 않는 전략을 계속 취하는 것이 가장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오는 5월 한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외교안보 정책에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미·중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반도 평화 안정을 확보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가 피할 수 없는 난제”라고 설명했다. 또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또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TV토론 등에서 한·미 동맹 강화, 사드 추가 배치, 쿼드 협력 확대 등을 언급한 데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며 “이 같은 선택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한 한국 전문가 발언을 소개했다.
뤼차오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한·중 수교 30주년 만에 양국간 정치적 경제적 상호 신뢰가 형성됐고, 중국이 한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한국 정치인은 없다”며 “한국의 대중 관계가 크게 후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신문망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 매체는 “윤 당선인은 외교적으로 한·미동맹을 우선시하고 한·일 안보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한·중 관계에선 안보가 경제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감하고 중대한 외교 사안에 대한 윤 당선인의 강경한 발언은 외교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의 새 정부여당이 북한에 더 강경해지고 중국과의 관계도 재설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SCMP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윤 당선인은 반중 정서를 활용했고 미국과 더 밀착할 것이라고 공약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