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증가와 관련, 한반도에서 감시 및 정찰 활동을 강화하고 미사일 방어망 태세를 상향하는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보다 강도 높은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한국시간 지난 5일을 포함해 최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러한 발사는 복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북한 이웃국들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지난 7일 서해에서 IRS(정보·감시·정찰) 수집 강화와 역내 우리의 BMD(탄도미사일 방어망) 대비태세 강화를 명령했다”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 방어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대비태세 강화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최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시험 발사한 뒤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런 명분을 내세워 조만간 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군사 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지역과 일본지역, 태평양상에서의 미제국주의 침략군대와 그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 정보를 실시간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며 “5개년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38노스는 북한의 MRBM 발사에 대해 “정찰위성 운용의 진전은 이전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처럼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김정은의 군사적 목표 중 하나”라며 “다탄두 미사일, ICBM, 잠수함 탄도 미사일 등 보다 도발적인 행동의 전조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북한이 (새로운) 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ICBM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핵보유국의 무기 실험만큼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염두에 둔 이례적 태세 변화라고 분석했다. CNN은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불필요한 도발’이라고 공개 비난했지만, 준비태세 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며 “한반도 지역의 정보 및 감시 수집을 늘리는 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일본 같은 동맹국을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군사태세를 강화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날 하원 국방위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북한은) 진전된 탄두를 비롯해 미사일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음을 드러냈고, 미사일의 기동성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이어 “북한은 올해 1월부터 단거리(short-range), 중거리(medium-range), 중장거리(intermediate range)에 이르는 전례 없는 양의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중 일부 (미사일) 시스템은 핵 능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캐머라 사령관은 한국이 역내 중국과의 경쟁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한국)은 경제적 파트너는 중국이고, 안보 파트너는 미국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는 다소 우려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2017년 사드 사태를 언급하며 “중국은 (당시) 한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북한과 중국을 언급하며 “그들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으로 한·미 간 균열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