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사상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되는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이 향후 검찰 인선에서 ‘정권 수사’로 좌천됐던 한동훈(49·사법연수원 27기)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등 과거 측근들을 중용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을 ‘일제 독립운동가’에 빗대며 현 정부에서 중용되지 못하는 점을 비판한 바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르면 오는 8~9월 검찰 고위간부 및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과거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시절 중요했던 ‘특수통’ 출신 검사들은 중용하고, 현 정권 수사를 본격화한 이후 ‘반윤(反尹)’에 나선 검사들은 내치는 인사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5월 10일 대통령 임기 시작과 동시에 신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지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에 각각 한 달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첫 검찰 인사는 장관과 총장 임명이 마무리되는 8월쯤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검찰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한 검사장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검사장을 가리켜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며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는 거냐”라고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내가 중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굉장히 유능하고 워낙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따라 각자 다 중요한 자리에 갈 거라고 판단한다”며 “그러나 죄지은 사람들이 왜 그를 두려워하냐. 불법을 저질렀으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는 지휘관이 돼도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국정농단 특검,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당선인과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정부 초기 핵심 국정과제였던 ‘적폐청산’ 수사의 핵심 지휘부로 역할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 됐을 때는 전국 특수수사를 도맡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그의 승승장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나선 이후 꺾이기 시작했다. ‘채널A 사건’ 등에 휘말린 한 검사장은 법무부 감찰과 서울중앙지검 수사 대상이 됐다. 이를 이유로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잇따라 좌천됐다.
윤 당선인이 한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중용하는 길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여전히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한 검사장 이외에 윤 당선인과 근무연이 있는 검사들의 복권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윤 당선인을 보좌한 신응석(50·28기) 서울고검 검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52·29기) 서울고검 검사, ‘조국 수사’ 책임자였던 송경호(52·29기) 수원고검 검사 등이 꼽힌다.
대검에서 윤 당선인을 각각 수사정보정책관과 대변인으로 보좌한 김유철(53·29기) 부산고검 검사와 권순정(48·29기)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상갓집 항명 사태’로 알려진 양석조(49·29기) 대전고검 검사 등이 이름이 거론된다.
윤 당선인과 대척점에 섰던 검사들에 대해서는 좌천 인사 가능성이 언급된다. 대표적 인물이 이성윤(60·23기) 서울고검장이다. 이 고검장은 채널A 사건 등 문재인정부를 향한 주요 수사를 두고 여러 차례 윤 당선인과 충돌했다.
심재철(53·27기)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종근(53·28기) 서울서부지검장은 윤 당선인의 징계에 관여했던 인물로 좌천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당선인의 징계에 참여하고 최근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에 휩싸인 박은정(50·29기)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