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독립운동가’ 빗댄 한동훈, 檢 복귀하나

입력 2022-03-10 07:41 수정 2022-03-10 10:54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연합뉴스

“이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다.”

사상 첫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되는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이 향후 검찰 인선에서 ‘정권 수사’로 좌천됐던 한동훈(49·사법연수원 27기)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 등 과거 측근들을 중용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을 ‘일제 독립운동가’에 빗대며 현 정부에서 중용되지 못하는 점을 비판한 바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르면 오는 8~9월 검찰 고위간부 및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과거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시절 중요했던 ‘특수통’ 출신 검사들은 중용하고, 현 정권 수사를 본격화한 이후 ‘반윤(反尹)’에 나선 검사들은 내치는 인사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5월 10일 대통령 임기 시작과 동시에 신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지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에 각각 한 달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첫 검찰 인사는 장관과 총장 임명이 마무리되는 8월쯤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10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다가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향후 검찰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한 검사장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달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검사장을 가리켜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며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는 거냐”라고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내가 중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검찰 인사가 정상화되면 굉장히 유능하고 워낙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따라 각자 다 중요한 자리에 갈 거라고 판단한다”며 “그러나 죄지은 사람들이 왜 그를 두려워하냐. 불법을 저질렀으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는 지휘관이 돼도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검사장은 국정농단 특검, 서울중앙지검에서 윤 당선인과 함께 근무했다. 문재인정부 초기 핵심 국정과제였던 ‘적폐청산’ 수사의 핵심 지휘부로 역할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 됐을 때는 전국 특수수사를 도맡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그의 승승장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나선 이후 꺾이기 시작했다. ‘채널A 사건’ 등에 휘말린 한 검사장은 법무부 감찰과 서울중앙지검 수사 대상이 됐다. 이를 이유로 비수사 부서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잇따라 좌천됐다.

윤 당선인이 한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중용하는 길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여전히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한 검사장 이외에 윤 당선인과 근무연이 있는 검사들의 복권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으로 윤 당선인을 보좌한 신응석(50·28기) 서울고검 검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신봉수(52·29기) 서울고검 검사, ‘조국 수사’ 책임자였던 송경호(52·29기) 수원고검 검사 등이 꼽힌다.

대검에서 윤 당선인을 각각 수사정보정책관과 대변인으로 보좌한 김유철(53·29기) 부산고검 검사와 권순정(48·29기)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상갓집 항명 사태’로 알려진 양석조(49·29기) 대전고검 검사 등이 이름이 거론된다.

윤 당선인과 대척점에 섰던 검사들에 대해서는 좌천 인사 가능성이 언급된다. 대표적 인물이 이성윤(60·23기) 서울고검장이다. 이 고검장은 채널A 사건 등 문재인정부를 향한 주요 수사를 두고 여러 차례 윤 당선인과 충돌했다.

심재철(53·27기) 서울남부지검장과 이종근(53·28기) 서울서부지검장은 윤 당선인의 징계에 관여했던 인물로 좌천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당선인의 징계에 참여하고 최근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에 휩싸인 박은정(50·29기)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