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표 30만, 尹·李 차이 24만보다 많아… 25년만 최다

입력 2022-03-10 06:23 수정 2022-03-10 11:05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발생한 무효표 숫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득표수 차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무효표가 많이 나온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15대 대선 이래 25년 만이다.

10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이 산출한 20대 대선의 최종 개표진행상황에 따르면 20대 대선의 무효 투표수는 30만7542표로 나타났다. 이는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득표수 차이인 24만7077표보다 6만465표 더 많은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는 1639만4815표, 이 후보는 1614만7738표를 각각 최종 득표했다.

이번 대선의 무효표 숫자는 19대 대선 당시 무효표(13만5733표), 18대 대선 당시 무효표(12만6838표)와 비교할 때도 배 이상 많다. 이번 대선의 무효표는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40만195표)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았다.

두 후보 간 표차보다 무효표가 많이 나오게 배경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의 후보직 사퇴가 주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두 후보 모두 투표용지가 인쇄된 시점 이후에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후보직을 내려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사전투표의 경우 투표용지상 두 사람의 이름 옆에는 ‘사퇴’라는 표시가 있었던 반면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가 배부되는 본투표에는 이런 표시가 따로 없었다.

두 사람의 사퇴 선언 직전인 지난달 23∼28일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무더기 무효표가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두 사람에게 간 표는 모두 무효표로 처리됐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 확진·격리자 투표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도 무효표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량 발생한 무효표를 이유로 이 후보 지지자 일부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다만 이날 “국민 여러분,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닌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대선 결과에 승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