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피난민을 공격하고, 도시를 황폐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9일(현지시간)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실패할 것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단기적으로 어떤 전술적 이득을 얻더라도 전략적 패배를 겪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에서 이길 수 있더라도 전쟁에서 이기는 건 아니다”며 “도시를 빼앗을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없고,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매일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공격 계획을 갖고 있다”며 “그는 지금 황폐화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난민 등을 향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폭격은 그들이 만든 지옥 같은 환경에서의 탈출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자국과 벨라루스로 향하는 통행로를 제안한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목숨을 경시하는 정부에게서 피난처를 찾으라고 하는 건 모욕적이고 터무니없다”며 “민간인이 안전하게 떠날 수 있도록 즉각 피난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의 무차별 공격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러시아의 침공 후 현재까지 최소 117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며 “난방, 전기, 가스 공급이 모두 끊겼으며, 시민들은 눈을 녹여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동묘지에 러시아군 공격으로 숨진 민간인들이 집단 매장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어린이 및 산부인과 병원을 포격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도 거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마리우폴의 어린이와 산부인과 병원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참사는 심각한 수준이며 어린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재까지 이번 폭격으로 17명이 다쳤다고 파악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병원과 의료진, 구급차 등에 대한 공격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의료 시설과 시설 종사자, 구급차에 대한 공격 18건을 확인했다”며 “10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고”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무고한 시민에게 가하는 야만적인 군사력 사용은 소름 끼친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