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된 마리우폴…“시신 집단매장, 어린이병원 폭격”

입력 2022-03-10 06:02 수정 2022-03-10 14:01
집단 매장 전 시신 수습 중인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이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도시는 이미 1주일 전부터 전기·수도가 끊겼으며, 식량·의약품도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러시아 침공 후 현재까지 최소 117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그는 “난방, 전기, 가스 공급이 모두 끊겼으며 시민들은 눈을 녹여 마시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도시 중심부 묘지에서는 숨진 주민들이 집단 매장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회복무요원들은 25m 길이 구덩이를 파고 시신 30구를 한데 묻었다. 전날에는 시신 40구가 인근에 묻혔다.

사망자들은 포격으로 숨진 민간인과 군인 등이다. 당국은 질병으로 숨졌으나 수습되지 못한 시신도 넘쳐난다고 전했다. 매장을 마친 사회복무요원들은 십자가 표식을 설치했으며 조문객이나 유가족의 작별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AP는 전했다.

마리우폴 어린이병원 폭격.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측은 마리우폴에 대한 러시아군의 포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마리우폴 어린이병원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참사는 심각한 수준이며 어린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폭격으로 17명이 다쳤다고 파악했다.

의료시설 폭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잇따랐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권국가의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야만적인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방비 상태의 취약계층을 공격하는 것만큼 타락한 행동은 없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마리우폴에서 신생아 3000명이 의약품과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40만명을 인질로 잡고 인도주의적 지원과 대피를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괴된 마리우폴 위성 사진. AP연합뉴스

타스통신은 이날 마리우폴에서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민간인에 대한 포격을 부인하고 있다.

마리우폴의 처참한 상황은 위성 사진으로도 확인됐다.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Maxar)는 인공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이 도시의 주택, 쇼핑센터 등 민간시설이 광범위하게 포격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