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에 재직할 때 ‘소신 발언’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줄곧 맞섰다. 대중은 외압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윤석열’의 말에 크게 열광했다.
그러나 잦은 말실수는 그의 발목을 잡았다.
윤 당선인의 대표적인 발언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윤 당선인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던 2013년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외압을 폭로하면서 이 발언을 했다.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반문했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직을 전전했던 윤 당선인이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을 때 내놓은 발언이다.
당시, 윤 당선인은 자신을 핍박했던 박근혜정부에 대해 보복수사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로 문재인정부 인사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뒤에는 발언 강도가 세졌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8월 신임검사 신고식에 참석해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된다”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을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같은 해 10월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추 전 장관의 두 차례에 걸친 수사지휘가 위법 부당하다고 역설했다.
박범계 당시 민주당 의원이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품게 됐다”고 지적하자 윤 당선인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냐.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지 않았느냐”고 맞받아쳤다.
윤 당선인이 강조했던 키워드는 ‘정의’와 ‘상식’ 그리고 ‘공정’이다.
윤 당선인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할 가치는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이라고 말했다.
‘공정한 경쟁’은 어느 한쪽의 논리를 대변하지 않으며 헌법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정의라는 것이 윤 당선인의 설명이었다.
그는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중도 사퇴하면서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3개월 뒤 대권 도전을 선언할 때도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당시 윤 당선인은 공정이라는 단어를 아홉 차례나 언급했다.
윤 당선인이 장모 최은순씨 1심 실형 선고와 관련해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말한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윤 당선인은 부인 김건희씨 허위 이력 기재 논란에 대해서도 “제 아내가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윤 당선인은 ‘정권교체론’을 앞세우며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당적을 갖고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분들의 넓은 성원과 지지를 받기 위해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선 “이 정권은 저의 경선 승리를 매우 두려워하고 뼈 아파할 것”이라며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며 “분열과 분노의 정치,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렸던 경선 후보 비전발표회에서 “윤석열정부에선 조국도, 드루킹도, 김경수도, 추미애도 없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주장했다.
‘반문(반문재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대선 본선 무대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고리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맹공을 가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열린 TV토론에서 “제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이라고 하는데, 제가 성남시장을 했습니까. 경기도지사를 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디 엉뚱한 데다,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의사)에게 나라 팔아 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이야기나 똑같은 것”이라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지난 2일 마지막 TV토론에선 “국민들이 다 알고 있고, 검찰에서 사건 덮어가지고 여기까지 오셨으면 좀 부끄러워 하실 줄 알아야지, 이게 뭡니까”라며 이 후보를 거세게 압박했다.
특유의 직설화법 때문에 ‘설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 민주화 운동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여야 가릴 것 없이 비판이 쏟아졌다. 윤 당선인은 ‘권한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윤 당선인은 발언 이틀 만에 유감을 표명하며 사과했다.
이밖에 ‘주 120시간 노동’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아프리카 손발 노동’ ‘민주화운동 수입’ 등의 발언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