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씨는 10일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대통령 배우자의 최우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김씨는 이어 “다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정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한 소외계층이나 성장의 그늘에 계신 분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내조를 최우선으로 하되 퍼스트레이디로서 대통령이 미처 관심을 두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관심을 갖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씨는 1972년생으로 2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언니와 오빠, 그리고 남동생이 있다.
김씨가 15살이던 1987년,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 최은순씨가 홀로 자식들을 키웠다. 김씨는 어린시절 오래된 골동품이나 예술품에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서울 강동구 명일여고를 졸업하고 1991년 경기대 회화과에 진학했다.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각각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예술의 가치”
어릴 때부터 그림 등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문화예술 사업에 뛰어든다. 김씨는 2009년 문화예술 콘텐츠 기업 코바나컨텐츠를 만든다.
김씨는 지난 2015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순히 전시회를 기획하는 것을 넘어 문화산업 전반에 대해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유명 작품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전시를 다수 기획했다.
2015년 ‘마코 로스코 전시’, 2016년 ‘르 코르뷔지에 서울특별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같은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이와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2년 연애 끝에 12살 나이 차 극복하고 결혼
김씨는 40세이던 2012년 3월, 당시 52세이던 윤 당선인과 결혼했다.
윤 당선인 주변 인사는 “윤 당선인은 김씨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김씨가 마음에 들었지만, 나이 차가 많고 여건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생각에 김씨 명함을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후 윤 당선인은 명함에 적혀있던 김씨의 이메일 주소를 기억해 이메일을 보내 마음을 표현했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다시 만났다.
2년 연애 끝에 12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실을 맺었다. 윤 당선인은 당시 검찰 핵심 요직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1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씨는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로 “(윤 당선인이) 가진 돈도 없었고, 내가 아니면 영 결혼을 못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국민 사과 때 유산 경험 털어놓기도
김씨는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여성임에도 ‘대장부’라는 평이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의 재산은 대부분 김씨 명의다. 김씨는 결혼 당시 윤 당선인의 재산이 불과 2000만원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이 신고한 재산은 약 77억4500만원이다. 신고액 중 68억9900여만원이 김씨의 재산이다. 대부분 김씨가 소유한 땅과 건물, 예금이다.
윤 당선인 부부 슬하에는 자식이 없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허위경력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의 직장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쳐 아이를 잃었다”면서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며 유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애처가로 알려져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한 TV프로그램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아내와 또다시 결혼하기’와 ‘대통령 되기’ 중 선택하라는 질문에 “답은 무조건 1번”이라고 답했다.
윤 당선인이 검찰 재직 시절 좌천 인사를 당해 지방을 전전하던 때 김씨가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 부부는 반려견 4마리, 반려묘 3마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한 반려견 ‘토리’는 부부가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각종 의혹에 휩싸여…“미혼모와 소외계층 등에 관심 가져야”
김씨는 이번 대선 기간 각종 의혹에 시달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허위 경력 기재 의혹, 주술 개입 의혹 등이 김씨를 덮쳤다. 검찰은 김씨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3년 가까이 수사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허위 경력 기재 논란이 불거졌을 땐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당선인의 장모는 요양병원을 불법 운영한 혐의로 법정 구속까지 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또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김씨의 ‘7시간 녹취록’ 논란이 터진 이후엔 김씨의 팬 카페 ‘건사랑’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7만여명이 가입했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처가 리스크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선 이후에도 후유증이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이런 논란을 의식해 대선 후보 때 영부인의 의전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 기능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진국 추세에 발맞춰 현대적 영부인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미처 관심을 두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영부인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계속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곤혹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겠지만, 미혼모와 소외계층 등에 대해 영부인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