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사퇴·각종 선거 논란…‘무효표’ 역대 2배 넘었다

입력 2022-03-10 04:15 수정 2022-03-10 10:10
투표관리관이 투표소 운영 방법 등 직무교육을 받은 뒤 투표용지 검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가장 박빙의 승부가 벌어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무효표가 역대 대선의 두 배 이상으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용지가 이미 찍힌 후인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전격 사퇴하면서 투표 과정에 혼란이 생긴 데다 선거 관리 과정의 각종 논란들까지 겹치면서 무효표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현황 집계에 따르면 개표율 96.32% 기준 개표가 진행된 총 투표수는 3281만9217표로 이 중 무효표는 29만5647표로 집계됐다. 전체 투표수 대비 무효표 수가 0.9%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15대 대선 때 40만195표의 무효표(1.53%)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막판 단일화 번복 등이 있었던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당시에도 무효표 수는 22만3047표(0.89%)로 이번보다 7만표 이상 적었다.

이후 17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때는 11만9974표(0.50%), 18대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는 12만6838표(0.41%), 19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시 무효표는 13만5733표(0.41%)였다.

이번 대선에서 무효표수가 지난 17~19대 대선과 비교할 때 두 배 수준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참관인 입회하에 진행되는 투표용지 분류. 연합뉴스

무효표가 이처럼 급증한 데는 본투표 6~7일을 앞둔 지난 2일과 3일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당 안 후보가 각각 여야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하면서 뒤늦게 후보에서 사퇴한 것이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투표용지가 찍힌 이후에 후보 사퇴가 이뤄지다보니 지난달 말 투표가 완료된 재외국민 투표의 경우 무효표 발생이 불가피했다.

두 후보가 ‘사퇴’했다는 정보는 지난 9일 진행된 본투표에서도 명확히 반영되지 못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는 투표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출력되기 때문에 해당 후보 옆에 ‘사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미리 투표용지가 출력된 본투표 용지에는 미처 표시되지 않아 혼란을 빚은 것이다.

사전투표 과정에서는 이미 기표된 투표지가 유권자에게 전달됐다가 무효 처리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논란도 많았다. 당시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선거 관리 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진행된 탓에 본투표 당일 후보자 전원에 기표하거나 여러명의 후보에 기표하는 등 의도적으로 보이는 무효표도 속출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2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1% 포인트 이내에 불과했다. 역대급 초박빙 선거 가운데 급증한 무효표는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