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을 집어삼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사건은 대통령 당선자가 나온 뒤에도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거 막판까지 ‘대장동 녹취록’ 내용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면서 실체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대장동 사건 피고인들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과 진술 조서를 기반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제기된 의혹들은 원칙적으로 다 들여다보겠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며, 당장 수사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 검찰 관계자는 9일 “이미 처리된 사건 외에는 모두 수사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을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남은 주요 과제는 이 사건에서 또 다른 ‘몸통’이 존재하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밝히는 일이다.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정치·법조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어떤 식으로든 매듭지어야 한다.
여야는 각자 확보한 수사 기록과 증언을 바탕으로 서로 상대편 대선 후보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이라고 주장해 왔다.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성남시 역할을 더 파고들어야 한다는 쪽과 10년 전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대장동 피고인 재판에선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 준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사업 설계 단계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자가 해당 조항을 넣자고 제안했다가 상부의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측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직접 결재한 대장동 사업 관련 서류의 실물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경우 김씨가 대출 브로커 조모씨와 박 전 특검을 연결해 준 정황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음성 파일에는 김씨가 ‘박 전 특검과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과장을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수사에서 조씨는 불기소 처분됐다. 검찰은 조씨에게 박 전 특검을 소개해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수사팀은 수개월 전부터 이 주장의 사실 관계와 신빙성을 따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녹취록이 새로운 의혹을 드러냈다기 보다 실체 미확인의 내용이 다시 수면위로 올려져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혼란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간 수사 관련 검찰 안팎에선 구조가 복잡하고 자료가 방대한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전한 편이라는 평가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 얽매여 수사 속도가 더뎠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대장동 의혹은 결국 대선 뒤 특검 도입이라는 상황도 맞게 될 수 있게 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